[인천/경기/강소기업이 뛴다]3대째 가업 이어온 청보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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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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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부터 車엔진까지
주물 부품 만들기 52년… 獨 벤츠서도 손 내밀어

안상욱 사장(가운데)이 직원들과 함께 자동차 부품의 성능을 분석하고 있다.
안상욱 사장(가운데)이 직원들과 함께 자동차 부품의 성능을 분석하고 있다.
국가산업단지인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청보산업㈜은 다음 달이면 창립 52주년을 맞는 인천의 대표적 향토기업이다. 6·25전쟁의 아픔을 딛고 산업화 시대로 달려가던 1959년 남구 도화동에서 재봉틀용 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재건공업사가 모체다. 지금은 자동차의 성능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는 엔진과 변속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안상욱 사장(45)은 창업자인 할아버지(작고)와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감사를 맡고 있는 아버지(71)에 이어 인천에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당시 일반 가정에서는 재봉틀을 하나 장만하는 것이 꿈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조부가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창업을 결심했지요.”

창업 후 재봉틀은 결혼을 앞둔 여성들이 필수 혼수품이 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국내 주요 재봉틀회사에 20년 동안 쇳물을 부어 만든 부품을 납품하며 주물업계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이 회사는 1979년 자동차부품 분야에 도전했다. 1976년 한국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인 포니가 출시되며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흐름을 탄 것이다.

청보산업으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재봉틀용 부품 생산을 중단하고, 자동차부품을 생산했다. 주물업계에서 알려진 기술력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뒤늦게 뛰어든 대우자동차 등에서도 내연기관에 사용하는 부품 주문이 들어왔다. 1988년에는 부설연구소를 세우고 기술 개발에 나서 지금까지 국내 자동차회사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던 각종 핵심부품 20종 이상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1993년에는 코스닥시장에도 등록했다.

특히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핵심부품인 ‘밸브태핏’은 국내에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없어 현대·기아차와 한국GM(옛 GM대우), 건설 중장비와 농기계를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에 독점으로 납품하고 있다. 이 핵심부품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안 사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몇 년 동안 대기업 계열 무역회사에서 근무해야 했다. 어렸을 때부터 엔지니어와 경영의 꿈을 키워왔지만 창업주인 할아버지와 당시 경영을 맡았던 아버지가 기업을 물려받는 것에 반대했기 때문.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안 사장은 결국 두 사람을 설득해 1997년 이 회사 부설연구소에 대리로 입사했다. 그 뒤 생산라인과 영업부서를 두루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주조와 가공, 조립 공정을 거치는 주물 부품을 40년 가까이 일괄적으로 생산해 왔기 때문에 회사의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2년 뒤 영업이사를 맡은 그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창업 초기부터 주물공장을 직접 운영해왔기 때문에 우수한 품질의 소재를 조달할 수 있어 기술과 가격을 포함한 글로벌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적극적으로 해외 영업에 나선 그는 2002년 놀라운 결과물을 얻어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를 생산하는 독일의 다임러벤츠가 먼저 손을 내민 것. 매년 20억 원씩 5년간 상용차와 중장비에 들어가는 밸브태핏과 베어링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부품은 지금까지 납품하고 있다.

2009년에는 일본 상용차메이커로 통하는 미쓰비시후소에 5년간 120억 원어치의 밸브태핏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후소는 이 부품을 생산하던 설비를 모두 철거했다. 이들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청보산업은 ‘불량률 제로’로 보답하고 있으며 현재 해외 7개 자동차 및 부품회사와 거래하고 있다.

19일 한국GM과 자동차 변속기에 들어가는 트랜스미션 핵심부품 공급계약(180억 원)을 체결한 안 사장의 사무실 벽에는 창업자가 만든 ‘사회와 국가에 공헌하는 영원히 자랑스러운 회사’라는 기업이념과 함께 그의 사진이 걸려 있다. 평소 ‘회사의 이익은 직원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던 창업자는 1997년 자신의 보유 지분 가운데 20%를 모든 임직원에게 무상 증여한 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유명하다. 안 사장은 “항공기와 차세대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소재 부품 생산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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