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80%’ 임금지침 무산… 비정규 차별기업 단속은 강화

  • Array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 당정 종합대책 주요내용

9일 당정이 합의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복지 확대’와 ‘규제 강화’로 요약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비정규직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강공책’ 대신 4대 보험 가입 확대 등 복지 확대를 내세웠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를 차별하는 민간 기업을 엄격히 처벌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방안에 이해 당사자인 노사 양측이 반발해 현장 시행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소외계층 집중 지원

9일 발표된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은 사회보험금 지원이다. 모든 비정규직에 대해 사회보험 혜택을 주기 힘들다는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로 한정했다.

전체 비정규직 577만 명 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144만 명. 이 가운데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73.8%인 106만 명, 국민연금 미가입자가 82.1%인 118만 명에 이른다. 30인 이상 사업장은 거꾸로 비정규직 중 고용보험 가입자가 86.5%, 국민연금 가입자가 88.9%다. 같은 비정규직이라도 더 열악한 계층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들 144만 명 가운데 최저임금의 120% 이하를 받는 근로자에게 내년 7월 이후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가입비로 1인당 연 25만 원을 지원한다. 이미 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도 똑같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2400억 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논란이 된 퀵서비스 기사나 택배 기사 등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국민임대주택 공급에서 비정규직을 우대하는 등 복지 지원을 늘렸다.

○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비정규직특위 당정협의에 참석한 안홍준 한나라당 정책위부의장,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이주영 정책위의장, 김성태 비정규직특위 위원장(왼쪽부터)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비정규직특위 당정협의에 참석한 안홍준 한나라당 정책위부의장,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이주영 정책위의장, 김성태 비정규직특위 위원장(왼쪽부터)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며 마지막까지 한나라당과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7일 국회 연설에서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임금의 80%까지 올릴 것”이라고 말하는 등 당은 ‘임금 상승’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업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임금 가이드라인을 없애는 대신 차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근로감독관에게 비정규직 차별 감독권을 준 것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비정규직 차별이 인지되더라도 노동위원회 시정명령을 거쳐야 해 시간이 걸렸지만 현장감독관이 권한을 가지게 되면 즉각 시정해야 한다. 불응하면 과태료 1억 원을 문다.

또 불법 파견자를 쓰는 기업은 적발 즉시 해당 근로자를 직접 채용해야 하며 정규직 업무를 하도급으로 바꿀 경우 반드시 노사 합의를 거치도록 했다. 하청업체가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줄 경우에는 원청업체가 연대 책임지도록 했다.

고용노동부가 10월 이후 발표할 ‘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 가이드라인’에는 구체적인 차별 금지안이 명시된다. 임금과 근로시간 차별은 물론이고 정규직과 다른 작업복을 입거나 통근버스, 샤워장 등에서 차별을 두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비정규직 대책의 최종 목표는 노동법에 규정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며 “이를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노사가 동시에 반발

노사는 이날 정부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성명을 내고 “자발적 비정규직이 48%에 이르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만 고려한 대책”이라며 “이번 대책이 오히려 일자리 자체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당초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려던 계획에서 크게 후퇴했다. 기존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종합한 것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