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첨단 자랑하더니 고장 대처는 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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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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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국제도시 쓰레기집하시설 잦은 말썽에 주민과 책임 갈등까지

청소차가 필요 없고 지하관로를 따라 쓰레기를 수거하는 자동집하시설이 자주 고장을 일으켜 근본적인 해결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소래·논현 도시개발사업지구 아파트단지 내 시설이 작동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청소차가 필요 없고 지하관로를 따라 쓰레기를 수거하는 자동집하시설이 자주 고장을 일으켜 근본적인 해결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소래·논현 도시개발사업지구 아파트단지 내 시설이 작동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쓰레기 버리지 말 것. 폐쇄회로(CC)TV 작동 중. 현재 기계 고장 중. 불법 투기 시 처리 비용 부과함.’

미국 ABC방송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에서 ‘클린도시’로 소개된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의 잦은 고장으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자동집하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상가와 아파트의 쓰레기 투입구 주변에 음식물쓰레기가 쌓이자 주민들이 이 같은 경고문을 써놓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뿐만 아니라 인근의 남동구 논현동 소래·논현 도시개발사업지구 ‘에코메트로’ 아파트단지에서도 새로 설치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이 고장 나 부품 교체 소동을 빚었다.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각 가정과 사무실에서 버린 쓰레기를 지하 관로를 따라 중앙 집하장으로 모이도록 하는 첨단설비. 2005년부터 송도국제도시 3곳에 집하장이 설치됐고, 이곳에서 아파트, 상가와 연결되는 쓰레기 자동수거 관로가 깔려 있다.

편리한 시설이긴 하지만 주기적으로 보수 작업을 벌여야 해 비용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2공구 5700여 가구의 쓰레기를 처리하도록 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가장 오래돼 투입구의 50%가량이 고장 난 상태다.

고장 난 부분은 상인과 주민들이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투입구다. 미닫이 방식인 이 투입구의 밸브가 작동되지 않으면서 쓰레기를 원활히 빨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단지 외곽의 관로와 중앙 집하장 시설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단지 내 시설이 자주 고장 나고 있어 보수와 운영비용 부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2개월가량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아파트 경비원들이 자동집하시설 주변에 쌓인 음식물쓰레기를 손수레에 옮기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또 쓰레기가 제때 처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아파트단지에 악취가 심하게 풍기는가 하면 들고양이가 판을 치고 있기도 하다. 주민 신기동 씨(35)는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심해 파리가 들끓으면서 단지 미관을 더럽히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설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단지를 경계로 ‘시설 보수 책임’을 구분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단지 바깥에 있는 관로나 중앙 집하장 시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단지 내부에서 고장이 나고 있기 때문에 보수 책임이 주민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상인이나 주민들이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 물기를 없애고 투입구 관리를 잘하면 고장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 관로에 습기가 많아지면서 기계 장치가 녹슬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설 인수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보수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3곳에 자동집하시설을 설치하면서 서로 다른 신호체계를 갖춘 데다 투입구 등에 고장 감지장치를 갖추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장이 심한 2공구 내 쓰레기 투입구 밸브를 모두 교체할 경우 가구당 2만∼3만 원꼴로 총 4억 원가량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의회는 아파트단지 내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주민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을 예고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4일 저녁 송도국제도시 내 쓰레기집하장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시공사, 연수구 관계자와 송도 주민들이 모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견만 쏟아졌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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