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클린 카페’도 검은 뒷돈

  • Array
  • 입력 2011년 8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운영자들, 회원 몰래 기업서 50만~100만 원씩 받아

화장품업체에 돈 요구 e메일 네이버 카페 ‘피부인’의 운영자가 화장품 업체에 보낸 e메일. 체험 이벤트 진행과정을 설명한 뒤 그 대가로 “50만 원을 지정 계좌로 입금해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네모 안)이 포함돼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대표카페’ 가운데 스스로를 상업성이 없는 ‘클린카페’라고 홍보해온 곳 중 상당수가 실제로 관련 업체로부터 몰래 거액의 광고비를 받아온 것으로 31일 드러났다.

‘대표 카페’는 800여만 개의 카페 중 네이버가 회원 수와 게시글 수 등을 기준으로 매년 700여 개를 선정해 지원금 등을 주는 곳. 파워블로거들이 돈을 받고 업체 홍보에 나서 물의를 빚었던 것에 이어 인터넷 카페들도 도덕적 해이에 물들고 있는 것이다.

2005년 개설돼 올해까지 2년 연속 피부미용 분야 대표 카페로 뽑힌 ‘피부인’은 한 달에 4, 5차례씩 유명 화장품 업체나 병원들과 함께 회원 대상 체험 이벤트를 열어 업체로부터 현금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는 이 카페 운영진이 한 화장품 업체에 돈을 요구하는 e메일을 입수했다. e메일에는 ‘카페의 30만 회원은 구전력(口傳力)이 높아 단순 마케팅 차원을 넘는 홍보가 가능하다’며 ‘제휴를 맺고 싶으면 현금 50만 원을 진행비로 입금하라. 영수증은 발행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피부과 의사 A 씨는 “카페에 좋은 글이 소개되는 게 스폰서 링크보다 파급력이 크다 보니 카페 운영자는 ‘절대적 갑’의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체험 이벤트도 임상시험에 해당해 회원들에게 비용을 지급해야 하지만 돈은 운영자들이 챙긴다”고 했다. 부작용 등 문제가 생겨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해당 카페 운영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제품에 대해 업체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긴 한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회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짐작은 할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 카페 회원 “네이버에 신고했지만 뒷짐” ▼

화장품 등 뷰티 분야 대표 카페인 ‘파우더룸’(회원 78만 명)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가 “카페 운영진이 ‘체험단 이벤트를 진행하려면 광고비로 100만 원을 내라’고 했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 업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운영진이 현금을 요구해 계약을 하지 않았다”며 “회원들이 운영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현재 이 카페는 비슷한 이벤트 50개를 진행하고 있다. 별도 광고비를 받을 경우 한 달에만 수천만 원을 운영자가 챙길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카페 운영자는 “카페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누구보다 애쓰고 있다”면서도 “(운영진의) 실명이 노출되면 뜻하지 않은 파문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접한 회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회원 B 씨는 “카페에 올라오는 체험 제품을 맹신해 왔는데 결국 광고였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불쾌하다”고 했다. 다른 회원들도 “운영진이 회원들을 앞세워 자기 배만 불리고 있다”, “이제까지 얼마를 받았을지, 세금은 제때 낸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카페 회원 2000여 명은 지난달 29일 해당 카페를 단체 탈퇴한 뒤 ‘비상업 뷰티카페’를 새로 개설했다. 또 국세청에 해당 카페를 비롯한 네이버 대표 카페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청하는 글을 아고라 청원 사이트에 올렸다.

사정이 이런데도 네이버 측은 뒷짐만 지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카페 내에서 이뤄지는 상행위는 당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며 “억울하면 탈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피부인’ 카페의 한 회원은 “카페 내 상업성이 지나치다고 생각해 네이버에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며 “누가 운영진의 횡포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