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참변 대학생들, 봉사활동 했던 학교 운동장서 눈물의 추도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9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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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참가 어린이 "우리 선생님 있는지 찾아봐줘요, 엄마.."

며칠째 비를 토해내던 천전리의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쾌청했고, 학생들의 머리 위로 토사를 쏟아부었던 마적산에서는 은은한 소나무 냄새가 산들바람에 묻어왔다.

29일 오후 2시40분께 춘천 신북읍 천전리 산사태 사망자 유가족들은 사고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했던 상천초등학교에 도착해 뙤약볕 아래서 눈물의 노제를 올렸다.

유족들은 이제는 흙이 단단하게 마른 학교 운동장을 밟으며 무거운 발걸음으로조회대 위에 마련된 제사상에 헌화했다.

친구를 조문하기 위해 찾은 인하대학교 학생들은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삼켰고,부모들은 엎드려 절을 하다 일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아 오열했다.

故 이민성(25)씨의 어머니 김미숙(50)씨는 떨리는 손으로 아들의 영정 앞에 흰 국화를 바쳤다. 김씨는 "아들아, 좋은 곳으로 가라. 조금 이따가 보자"라고 말하며 마르지 않을 눈물을 흘렸다.

인하대 학생들이 하루동안 봉사활동을 했던 상천초등학교 과학실에는 모든 것들이 그대로였다. 칠판에는 인하대학생들을 환영하는 팸플릿이 아직 달려 있고, 교탁 위에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던 과학책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아이들의 책상 위에각종 실험 도구들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놓여 있었다.

아들이 봉사활동을 했던 곳이 꼭 보고 싶다던 故 최용규(20)씨의 어머니는 딸들의 부축을 받으며 과학실을 찾아 숨이 넘어갈 듯 "용규야, 용규야"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창문 너머 산을 바라보다 "용규야 너도 저 산을 봤니? 너도 이 산을 보고.."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하염없이 울었다.

유족들의 통곡소리가 끊이지 않던 노제에는 상천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학부모들도 찾아와 숨진 대학생들의 넋을 위로했다.

과학캠프에 참여했던 이 학교 4학년, 2학년 두 자녀를 둔 마을 주민 하모(40.여)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멀찌감치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하씨는 "아이들이 캠프 첫째 날 집에 와서는 '탱탱볼도 만들고, 손가락 화석도 만들고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면서 "27일 아침 책가방을 매는 큰 애에게 사고가 났다고 얘기를 꺼내니 '우리 김유라(사망) 선생님 이름이 있느냐'고 묻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학교 6학년 김희성(13)군은 "아파서 캠프 첫날 못 가고 둘째 날 가려고 했는데 사고가 일어나서 못갔다"며 "아침에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고, 지금도 가슴이 찡하고 계속 아프다"고 말했다.

땀과 눈물로 범벅된 유족들과 주민 등 100여명은 노제의 모든 식순이 끝나고도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

유족들은 산사태 사고 현장을 다시 한번 둘러본 후 오후 5시 30분께 강원대학교병원 장례식장과 호반장례식장에서 인천 인하대학교병원으로 시신을 이송했다. 합동분향소는 이날 오후 인하대병원에 설치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상천초등학교 노제에 앞서 오후 2시께 춘천시청에서 열린 노제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이광준 춘천시장 등 시 관계자와 인하대학교 관계자, 유족들이 참여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식이 거행됐다.

디지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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