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 복잡한 환승통로, 불이라도 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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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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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하철 1호선 신설동역 제기동 방향 2∼5번 출입구. 이곳은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이지만 이들 출입구를 이용해서는 2호선 승강장으로 직접 갈 수 없다. 입구가 따로 없어 1호선 승강장을 거쳐야만 2호선 탑승이 가능하다. 반대로 7∼9번 출입구에서는 1호선 승강장으로 직접 갈 수 없다. 그 바람에 12일 오전 8시 신설동역은 출근길 승객들이 뒤엉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었다. 》
○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의 문제

신설동역의 비효율적인 탑승 구조 문제는 20여 년 전부터 지적돼 왔지만 여태껏 방치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1, 2호선이 상대적으로 얕은 지하 공간에 들어서다 보니 지반 침하 등 안전상의 문제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통된 지 26년 된 3, 4호선과 37년 된 1호선은 곳곳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본보 8일자 A18면 참조
A18면 지하철 1호선, 37년된 케이블이 아직도…


낡은 케이블이나 20년이 넘은 객차 등 하드웨어 문제뿐만 아니라 복잡한 환승통로, 좁은 계단, 지진 대비가 안 된 역사 등 구조적 문제도 적지 않다.

1∼4호선 역 대부분은 설계 당시부터 혼잡 문제나 지진 문제는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승객이 점점 늘면서 위험도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1∼4호선 내 승강장, 계단이 혼잡해 구조 개선이 필요한 역은 총 17개다. 승강장, 계단 등의 상태를 A등급(보행이 자유로운 상태)부터 F등급(타인과 밀착돼 떠밀리는 상태)까지 나눴을 때 이들 역은 대부분 E나 F등급이다.

특히 역에서 사고가 났을 때 2호선 을지로3가역, 3호선 교대역은 탈출 시간이 각각 7.76분과 7.25분으로 평균 6분에 비해 1분 이상 더 걸려 자칫 대형 인명 피해를 몰고 올 수 있다. 현재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신도림역과 서울역, 시청역 등 6개역에 대해 개선 공사를 하고 있다. 종로3가역, 강남역 등 나머지 11개역은 타당성 분석을 통해 단계별로 개선하기로 했다.

○ 공사비가 구조 개선의 걸림돌


최근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내진 구조 문제도 이슈로 떠올랐다. 1∼4호선 중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구간은 전체 146.8km 중 약 30%인 44.8km뿐이다. 20.2km는 보강 방안이 필요하고, 나머지 81.8km는 내진 성능 평가를 해야 한다.

구조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지연되는 것은 비용 부담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메트로는 2000년대 초부터 전동차를 교체하기 시작했지만 운영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739억 원에 달할 정도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황춘자 서울메트로 경영기획본부장은 “2015년까지 노후시설 개선에 필요한 비용이 3조3119억 원”이라며 “시가 책정한 개선 공사 사업비 약 1조3000억 원으로는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예산 확보를 위해 유휴공간 활용을 통한 상가 임대 수입, 광고 수입 등 다양한 수익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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