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EBS교재에 실린 ‘생소한 작품’ 미리 챙겨두자

  • Array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EBS연계 분석<8>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강사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강사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반영되는 교육방송(EBS) 교재는 ‘수능특강’ ‘인터넷 수능 비문학’ ‘운문문학, 산문문학’ ‘고득점 300제’ ‘수능완성’으로 모두 발간됐다. 최근 발간된 교재인 ‘고득점 300제’ ‘수능완성’에도 역시 쉽게 접하기 힘든 생소한 작품이 다소 실렸다. 올해는 의도가 지나치게 복잡한 문제 대신 EBS 교재를 십분 활용한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EBS 수능 관련 방송과 교재에서 다뤄진 작품을 우선 숙지해야 한다. 수능은 EBS 교재에 수록된 지문의 핵심제재나 논제를 활용하거나 문제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출제되므로 EBS 교재에 수록된 작품내용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유리하다.》
EBS 운문문학 교재에는 천상과 지상의 합일을 그린 장석남의 ‘살구꽃’, 유년시절의 추억을 그린 김영랑의 ‘연’, 김수영의 ‘겨울밤’, 세대 간의 유대를 노래한 서정주의 ‘고향난초’ 등 생소한 작품들이 있다. 그중 박재삼의 시 ‘홍시를 보며’를 살펴보자.

감나무에 감꽃이 지더니
아프게도 그 자리에 열매가 맺네.
열매는 한창 쑥쑥 자라고
그것이 처음에는 눈이 부신
반짝이는 광택 속
선연한 푸른빛에서
조금씩 변하더니 어느 새
붉은 홍시로까지 오게 되었더니라.
가만히 보면
한 자리에 매달린 채
자기 모습만을
불과 일 년이지만 하는 속에
열심히 비추는 것을 보고, 글쎄,
말 못하는 식물도 저런데
똑똑한 체 잘도 떠들면서
도대체 우리는 어디다가
자기 모습을 남기는가 생각해 보니
허무라는 심연밖에 없더니라.
아, 가을!

- 박재삼 ‘홍시를 보며’

이 작품은 자아성찰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시를 구성하면서 대립적 이미지를 사용했다. 감이 푸른 열매에서 붉은 홍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똑똑한 체 잘도 떠들다가 결국 허무함을 느끼는 인간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EBS 교재 ‘고득점 300제’에도 20여 편의 현대시가 수록됐다. 생소한 작품과 친숙한 작품이 균형적으로 실렸다. 가난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삶의 여유와 긍정적 자세를 노래한 서정주의 ‘무등을 보며’,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그린 정호승의 ‘맹인 부부 가수’, 산과 더불어 살고 싶은 소망을 노래한 김관식의 ‘거산호’, 함께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고은의 ‘머슴 대길이’, 쫓기는 삶에서 느끼는 비애를 그린 이육사의 ‘노정기(路程記)’는 비교적 친숙한 시에 해당한다.

가을 뜨락에
씨앗을 받으려니
두 손이 송구하다.
모진 비바람에 부대끼며
머언 세월을 살아오신
반백의 어머니, 가을 초목이여.
나는
바쁘게 바쁘게
거리를 헤매고도
아무/얻은 것 없이
꺼멓게 때만 묻어 돌아왔는데

- 허영자 ‘씨앗을 받으며’

허영자의 시 ‘씨앗을 받으며’는 초목의 풍요로움과 인간의 무력함을 대비시킨다. 화자는 대자연 앞에서 겸허하게 결실 없는 삶에 대한 부끄러움을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은 가을 초목과 성과 없는 화자의 현실적 처지를 대비한다. ‘가을 초목이여’라고 외치는 부분은 삶에 대한 부끄러움이 고조된 감정을 격렬하게 표현한다. ‘가을 초목’을 ‘반백의 어머니’로 의인화해 화자의 부끄러움을 나타냈다.

다음으로 신경림의 시 ‘낙타(駱駝)’를 보자. 이 시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추구한다.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신경림 ‘낙타(駱駝)’

이 작품은 있는 그대로의 삶에 대한 깨달음과 희구(希求)를 노래한다. 낙타는 복잡한 세상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자연에서 살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런 낙타처럼 화자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가 되고 싶다. 인생이란 복잡하거나 거창할 것도 없고 재미있을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게 인생이기 때문.

화자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에 대해 물으면 손을 젓고, 슬픔도 아픔도 잊은 듯 세상사에 초연한 채 저승으로 가겠다’고 말한다. 화자는 다시 이승으로 나가면 낙타가 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화자가 세상사에 초연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 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직지사 해우소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똥덩이처럼 느껴질 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어딘가 걸려 있고 싶다

- 김광규 ‘대장간의 유혹’

김광규의 ‘대장간의 유혹’은 2008년 학력평가에도 출제됐던 작품이다. 가치 있는 존재,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기 위한 소망을 노래한다. 화자는 이 시에서 거듭해 ‘털보네 대장간’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때는 자신이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 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부끄러워지고 똥덩이처럼 느껴질 때다. 여기서 ‘플라스틱 물건’은 의미나 정성이 있는 물건이 아니라 의미 없이 대체될 수 있는 존재임을 뜻한다. 시적 화자가 가고 싶어 하는 대장간은 ‘풀무질’을 통해 시퍼런 무쇠낫을 만드는 곳이다. 이 ‘무쇠낫’은 소나무 송진을 흘리는 ‘쓸모 있고 쓰임 받는, 의미 있는 존재’를 의미한다. 결국 화자는 현재 자신의 모습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 화자는 이를 극복하고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오늘 숲길을 걸었다. 간벌을 위해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올라 가노라면 여기저기 흙이 무너진 곳, 새로이 흐르는 작은 개울물, 간혹 베어진 통나무를 만나곤 한다. 숲 깊이 들어가노라면 어느새 나무들의 향기에 싸이고, 이 향기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다시 베어진 통나무 더미를 만나 숨이 멎듯 발걸음을 멈춘다. 진한 향기는 베어진 나무의 생채기에서 퍼져 숲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의 상처에서도 저렇게 향기가 피어날 수 있을까?(하략)

- 김진경 ‘숲’

김진경의 시 ‘숲’은 생소한 작품이다. 화자는 숲길을 걸어가며 베어진 통나무 상처를 보고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베어진 나무’로부터 나오는 숲의 향기를 보며 화자는 자신의 상처받은 삶에서도 향기가 나기를 바란다. 꽃과 함께 향기로운 삶을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강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