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과서 수업’ 시범학교 132곳에 권고했지만… 교사 80%가 “종이책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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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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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15년까지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막상 학교 현장에서 디지털 교과서 활용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향후 2조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여러 권의 교과서를 ‘태블릿PC’ 하나로 대체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과목별로 효과적인 학습방법이 다른 만큼 디지털 교과서만으로 수업을 획일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은 무리”라는 말이 나왔다.

○ 사회과목이 활용도 가장 높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지난해 디지털 교과서를 시범 운영한 132개 초중학교 교사 357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과서 활용도를 조사한 결과, 디지털 교과서만으로 수업을 진행한 교사는 5명 중 1명 수준이었다.

교과부는 현재 과목별 시범학교를 정해놓고,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음악 과목의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하고 있다. 시범학교에는 디지털 교과서로만 수업을 하도록 권고했지만 실제로는 교사 대부분이 디지털 교과서와 서책 교과서를 병행하고 있었다.

과목별로는 다양한 참고자료가 필요한 사회 수업을 100% 디지털 교과서로 진행하는 경우가 28%로 가장 높았고, 국어(21.1%), 음악(18.6%), 과학(17.2%), 수학(16.7%), 영어(14%) 순이었다.

특히 손으로 쓰면서 반복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수학과 영어는 디지털 교과서 활용 비율이 낮았다. 영어는 교사 5명 중 1명 이상이 수업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20%도 활용하지 못했다.

○ 교육계 “2조 들일 필요 있나”

디지털 교과서로 수업을 하는 교사들은 디지털 교과서가 서책 교과서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 한 교사는 “수학 영어의 경우 손으로 직접 쓰고 반복하면서 익히는 학습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디지털 교과서만으로는 학습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콘텐츠 보완과 기기 및 시스템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인 서울 구일초 권차미 교사는 “다양한 자료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기계 오류 등 원활한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과학 실험 등에선 서책 교과서 병행이 학습 효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단은 병행 체제로 가고 디지털 교과서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자연스럽게 서책 교과서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어차피 병행할 계획이라면 시스템 구축을 위해 2조2000억여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디지털 교과서로 대체했을 때 학습 효율이 떨어지는 과목까지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며 “실기 위주의 예체능 과목 등에 한해 우선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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