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상하이 주재 日 총영사가 외무대신에 보낸 보고서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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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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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체포에 윤봉길 활용…”

윤봉길 의사의 사형 집행을 연기해야 한다며 1932년 9월 당시 중국 상하이 주재 이시이 이타로 총영사가 우치다 고사이 외무대신에게 보낸 보고서. 일본 총영사관은 해당 보고서에서 ‘김구 주석 체포’를 위해 윤 의사의 사형 집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윤봉길 의사의 사형 집행을 연기해야 한다며 1932년 9월 당시 중국 상하이 주재 이시이 이타로 총영사가 우치다 고사이 외무대신에게 보낸 보고서. 일본 총영사관은 해당 보고서에서 ‘김구 주석 체포’를 위해 윤 의사의 사형 집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김구선생 62주기 추모식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백범 김구선생 62주기 추모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구선생 62주기 추모식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백범 김구선생 62주기 추모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일제가 중국 상하이(上海) 훙커우(虹口)공원 의거 이후 8개월간 윤봉길 의사의 사형 집행을 미룬 이유가 김구 선생을 유인해 체포하기 위해서였다는 내용의 문건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윤 의사가 4월 29일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天長節)에 중국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인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등을 폭사시키고 5월에 사형 언도를 받았지만 12월까지 집행이 연기됐던 이유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는 최근 1932년 9월 21일 당시 일본의 상하이 주재 이시이 이타로(石射猪太郞) 총영사가 우치다 고사이(內田康哉) 외무대신에게 보낸 보고서를 80년 만에 발굴해 26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이시이 총영사는 “오늘도 김구 체포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윤봉길 사형을 집행하는 데 찬성하기 어렵다”며 “지금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오늘까지 (집행을) 연기해 온 목적을 잃는 것”이라고 본국에 보고했다.

윤 의사의 조카인 윤주 기념사업회 연구위원은 “현지 책임자인 상하이 총영사가 ‘김구 체포를 위해 윤봉길의 사형 집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은 윤봉길 의사를 상하이에 남겨둬 어떤 식으로든 김구 체포에 활용하려고 노력했다는 의미”라며 “일제가 결국 김구를 체포하지 못하자 윤 의사 사형을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의사는 1932년 5월 일본 군사재판에서 사형이 언도됐지만 다른 사형수와 달리 이례적으로 12월 19일까지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상하이에서 일본으로 압송된 시점도 11월 18일로 압송 전 상하이에 머문 6개월 동안 어떤 조사를 받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김상기 충남대 교수는 “홍커우 의거 이후 일본인들은 김구 체포에 총력을 기울였다”며 “이를 위해 이미 붙잡은 윤봉길의 사형 집행까지 늦췄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로서 좀 더 규명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의사가 의거 당시 가져간 두 개의 폭탄(물병 및 도시락 모양)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모두 시라카와 대장 일행에게 던질 공격용 폭탄이었다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물병 모양의 폭탄은 저격용, 도시락 모양의 폭탄은 자결용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기념사업회가 이시이 총영사의 보고서와 함께 공개한 1932년 6월 6일 일본헌병대의 윤 의사 신문조서에 따르면 윤 의사는 이 같은 사실을 자신의 입으로 뚜렷이 밝혔다. 일본군 법무관이 “폭탄을 하나만 던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윤 의사는 “두 개를 모두 던질 여유가 없다고 생각해 도시락 상자 폭탄은 땅 위에 내려놓고 던지기 쉽게 끈이 달린 물통 모양 폭탄만 던졌다”고 진술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내년 4월 10권 분량으로 발간할 ‘윤봉길 전집’ 정리 과정에서 자료를 새로 검토하다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며 “윤 의사 의거와 관련해 그동안 잘못 알려진 내용이 있으면 계속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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