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한국사, 反시장경제 이념 부추겨”… 전경련, 6종 경제서술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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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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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중 자살농민 사례 들고 경제발전 부정적 측면 강조”

일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반(反)시장경제 이념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밝혔다. 전경련은 박효종(서울대) 김종석(홍익대) 전상인 교수(서울대)에 의뢰해 고교 한국사 교과서 6종에 실린 건국 이후 경제발전 과정 서술 부분을 집중 분석했다.

분석한 주제는 △농지개혁 △1950년대 한국경제 △한일 국교 정상화 △베트남 파병 △한국경제 발전모델 △새마을 운동 △사회공간적 영향 △세계화와 경제개방 △1997년 외환위기와 경제개혁 등 9가지.

분석 결과 현행 교과서들은 ‘정부 주도의 성장정책은 재벌 중심의 기업문화를 형성했다’ ‘신자유주의는 계층·산업·국가 간 경제격차를 심화시킨다’ 등 편향적이고 불공정하며 사실관계 서술이 틀리는 등 문제가 많았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삼화출판사가 펴낸 교과서는 2003년 반세계화 시위를 벌이다 자살한 농민운동가를 다루고 있다. 344쪽에 실린 내용은 이렇다. “역사의 창: WTO가 농민을 죽인다! ‘나는 56세 한국에서 온 농민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이를 돕는 국제기금, 그리고 다국적 기업의 상업적 로비에 주도되는 반인륜적이고 농민 말살적인 …세계화의 위험에 빠져 있다.’ 오른쪽 사진의 이경해 씨는 2003년 9월 WTO 각료회의가 열리는 멕시코 칸쿤에서 ‘WTO가 농민을 다 죽인다’라고 외치며 자신의 목숨을 던졌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인용구를 통해 농산물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농업운동가의 과격한 주장을 여과 없이 소개했다. 학생들은 가급적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 시위현장에서 자살한 사람의 사례를 통해 어떤 교육효과를 내려는 것인지, 어떤 세계관과 지식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지난 50년간 세계 역사상 전례 없는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일부 교과서는 외국자본 및 대외 의존, 산업 불균형, 빈부 격차, 근로자와 농민의 희생이라는 부정확하고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농지개혁과 관련해서는 남북한 농지개혁을 법령만으로 비교해 북한은 ‘무상몰수 무상분배’, 남한은 ‘유상몰수 유상분배’로 북한이 잘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교과서를 분석한 교수들은 “일부 한국사 교과서가 한국경제 발전과정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공정하게 소개하지 않아 학생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참고자료를 만들어 7월부터 일선 고교 교사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전경련은 2006년 고교 경제 교과서를 분석한 뒤 이듬해 교육인적자원부와 함께 고등학교 시장경제 교과서를 펴내기도 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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