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한국을 위한 사회정책 보고서’ 첫 발표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 노인 빈곤율 45%… 양극화 막을 선별적 복지 필요”

韓-OECD 녹색성장 교감 김황식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국무총리 접견실에서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만나 녹색성장에 관한 책자를 전달받고 있다. OECD는 한국이 저출산·고령화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국민연금 수령 연령을 65세로 높이고 기업 정년을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韓-OECD 녹색성장 교감 김황식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국무총리 접견실에서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만나 녹색성장에 관한 책자를 전달받고 있다. OECD는 한국이 저출산·고령화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국민연금 수령 연령을 65세로 높이고 기업 정년을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노년 빈곤율, 10년째 정체된 고용률과 최저 수준의 복지수당….

21일 OECD가 ‘한국을 위한 OECD 사회정책 보고서’에서 밝힌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6.1%에 이르는 빠른 경제성장에도 좀처럼 온기가 돌지 않는 서민경제와 날로 확대되는 양극화의 현주소를 담고 있다. OECD는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비효율적인 조세 제도와 OECD 최저 수준의 사회복지지출, 심각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꼽았다.

하지만 OECD는 무분별한 복지 확대에는 경계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빠른 저출산 및 고령화로 성장 잠재력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 비정규직 처우 개선… 여성 고용 확대


OECD는 한국 고용시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평등을 지적했다. 전체 근로자의 21.3%에 이르는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정규직의 45% 수준이다. 비정규직의 노동생산성은 정규직보다 22% 낮지만 임금은 절반에 그친다. 특히 정규직 근로자들의 평균 재직 기간은 6.5년인 데 반해 비정규직은 2년 정도에 불과한 탓에 경력을 쌓거나 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해 한번 비정규직으로 떨어지면 다시 정규직 근로자가 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막을 걷어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비정규직의 임금과 교육, 사회보장 확대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또 인구 고령화가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정년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국내 기업 대부분이 55세 이전에 퇴직을 요구한 결과 노년층이 일용직과 비정규직으로 밀려나면서 노년 빈곤층 증가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월평균 근로소득은 40∼49세 230만 원, 50∼59세 210만 원이었지만 60∼64세는 150만 원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여성과 청년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정책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15∼64세 고용률은 10년째 63% 수준에 머물러 있다.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은 청년과 여성 고용률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특히 여성 근로자 3분의 1이 비정규직으로, 남녀 임금 차(38%)는 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OECD는 청년 및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서비스산업 규제를 완화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육아 휴가와 보육 수당 등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근로자의 1인당 근로시간은 연평균 2256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상위 50% 회원국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OECD는 “낮은 노동생산성과 비정규직 차별은 일자리 확대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긴 근로시간은 출산 및 육아 부담이 있는 여성들의 고용률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복지제도와 세제 개선 필요


보고서는 양극화 확대를 막기 위한 복지제도와 세제(稅制) 개선도 권고했다. 소득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를 보면 한국은 0.306으로 OECD 평균(0.315)보다 낮지만 상대적 빈곤율은 14.4%로 OECD 국가 가운데 9번째로 높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근로자들의 소득 중 가운데 위치하는 중위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인구 비율이다.

특히 OECD는 한국이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안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노년층 빈곤율이 45%에 달해 OECD 평균(13%)의 3배가 넘는다. 근로수입이 없는 노년층의 빈곤율은 7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빈곤층이 늘고 있는 것은 사회안전망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 OECD의 진단이다. 실제 한국의 공적연금 급여 지출 비중은 2007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7%로 OECD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OECD는 한국이 고령화와 복지 수요 증가로 재정지출이 급증할 우려가 높은 만큼 선별적인 복지 지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근로의욕을 높이면서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OECD는 “세율은 낮게 유지하되 사회지출 확대를 위해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고 자영업자 세금 탈루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근로의욕을 높이면서 소득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근로소득세액공제제도(EITC)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