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령산 숲속의 ‘아토피 병원’ 가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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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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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백-삼나무 ‘치유의 숲’ 각광

국내 최대 편백 인공 조림지인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이 치유의 숲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지난해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17일 탐방객들이 축령산 임도를 따라 걷고 있다. 장성=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국내 최대 편백 인공 조림지인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이 치유의 숲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지난해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17일 탐방객들이 축령산 임도를 따라 걷고 있다. 장성=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안녕. 난 효정이야. 너희들 덕분에 아토피가 점점 나아지고 있어. 정말 고마워. 앞으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무럭무럭 자라렴.”

17일 오후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 치유의 숲 안내센터. 편백으로 꾸며진 센터 안 벽면에 오색 색종이가 가득했다. 센터 측이 운영하는 ‘아토피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쓴 편지다. 숲 속에서 한나절을 보내면서 나무와 친구가 된 아이들은 숲의 고마움을 동심에 담아 전했다. 센터를 나와 산허리를 끼고 도는 길은 온통 초록색 터널이다. 시원스레 쭉쭉 뻗은 편백과 삼나무가 하늘을 향해 도열하듯 서 있다. 이날은 평일인데도 비교적 많은 사람이 산을 찾았다. 손을 잡고 걷는 노부부, 광주에서 체험학습 나온 학생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온 공무원들, 충북 영동에서 온 산악회원 등 숲길을 걷는 이들의 모습은 모두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 치유의 숲

축령산은 50년생 편백과 삼나무 수백만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국내 최대의 편백 인공조림지다. 그 규모는 총 258ha로 천연림이 75ha(29%), 인공림이 183ha(71%)다. 나무 평균 높이는 아파트 6층 높이인 18m에 이른다. 축령산에는 매일 40∼50명의 암 환자를 비롯해 아토피, 천식을 앓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국에서 온 암 환자들은 축령산 인근의 추암 모암 금곡마을 등에서 장기간 방을 빌려 요양하고 있다. 주말이면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을 숲 속에 데리고 들어가 웃옷을 벗기고 삼림욕을 시키는 부모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장기 요양자 중에는 숲 치유 효과를 보고 있는 사람도 많다. 간암을 앓고 있는 박모 씨(75)는 “축령산 인근에 방을 얻고 매일 숲 길을 걷고 있다”며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올라가 병원에서 체크해보면 많이 호전되고 있다는 얘길 듣는다”고 말했다.

축령산이 치유의 숲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편백과 삼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 나무 중에서 편백나무와 구상나무, 삼나무가 피톤치드 발산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버려진 숲’에서 ‘생명의 숲’으로

축령산은 1950년 6·25전쟁 당시에는 황폐화된 황무지였다. 버려진 산에 21년간 나무를 심고 가꿔 지금의 생명의 숲으로 만든 이가 바로 임종국 선생(1915∼1987)이다. 가산을 털고 빚까지 얻어가며 나무를 심었던 그는 결국 죽어서도 숲의 일부가 됐다. 그는 임종 후인 2005년 축령산의 13년생 느티나무 아래에 수목장으로 안장됐다. 산림청은 2002년 이 숲의 가치를 인정해 매입한 뒤 현재 국유림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무려 10만여 명. 축령산이 생명의 숲으로 거듭나자 산림청은 4월 안내센터와 산림치유필드, 전망대 등 부대시설도 증축했다. 현재 ‘하늘’ ‘산소’ ‘숲내음’ 등 테마별로 총 10.2km의 치유 숲길을 조성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할 장성군도 축령산을 ‘치유의 메카’로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축령산 숲을 감아 도는 둘레길 조성에 나서 하루코스 19km, 반일코스 11km 등 총 6개 코스를 8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2013년까지 30억 원을 들여 편백피톤치드산업관을 짓고 아로마 향장품 개발과 피톤치드 추출 분리 등 연구개발 사업도 할 계획이다.

김양수 장성군수는 “축령산 둘레길이 개장하면 ‘치유와 건강’을 아우르는 국내 명품 길이 될 것”이라며 “축령산의 산림자원을 잘 활용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시키겠다”고 말했다. 축령산을 기차여행 할 수 있는 열차상품도 출시됐다. ‘축령산 산소열차’는 이달부터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한다.

장성=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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