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불매운동”… 박카스, 슈퍼 앞에서 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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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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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판매 허용 후폭풍

박카스 마데카솔 등 44개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가 허용됐지만 실제 소비자가 슈퍼에서 박카스를 구입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약사회 반발과 제약사의 눈치 보기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론 많은 시민이 ‘감기약과 해열 진통제 등 꼭 필요한 품목이 빠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일부 약사 “박카스 불매운동” “당번약국 거부”


대한약사회는 16일 “전문의약품의 일반의약품 전환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떤 형태의 의약외품 분류도 수용할 수 없다. 또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이 추진된다면 죽기를 각오하고 이를 막아낼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약사회 홈페이지 내부 게시판에는 슈퍼 판매의 대표 품목인 박카스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A 회원은 박카스(동아제약) 까스명수(삼성제약) 등 특정 제약회사를 언급하며 “약국에서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B 회원은 “약국을 순회하는 박카스 트럭을 돌려보냈다”고 주장했다.

20일부터 실시하기로 한 당번약국 5부제가 무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일부 의약품의 슈퍼 판매가 확정된 상태에서 심야에 약국 문을 여는 5부제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게 약사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박인찬 약사회 부회장은 “당번약국 운영 계획은 변경 없다. 회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 ‘약국? 슈퍼?’ 제약사는 저울질


애꿎은 화풀이를 당하고 있는 동아제약은 몸을 낮추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슈퍼 편의점 등 유통경로 다변화를 두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매출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공연히 슈퍼에 뛰어들어 ‘의약품’으로서의 인지도와 소비자 신뢰를 갉아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동아제약에서 박카스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15%. 한 직원은 “박카스를 슈퍼에서 판다면 광동제약의 ‘비타500’을 포함한 모든 비타민 음료와 사활을 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백신과 같은 필수 의약품의 경우 공문을 보내 공급을 촉구할 수 있지만 박카스와 같은 의약외품까지 정부가 규제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만약 박카스가 슈퍼에 공급되지 않는다면 이는 시장의 선택이라는 뜻이다.

○ 소비자, ‘감기약 왜 빠졌나’ 불만


정작 소비자들은 감기약과 해열진통제가 슈퍼 의약품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강정숙 씨(45)는 “아이들이 갑자기 열이 나서 심야 약국을 찾는다고 고생한 경험이 있는데, 드링크만 슈퍼에 내놓은 이번 조치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김선배 씨(47)는 “아내가 야밤에 두통으로 진통제를 찾다가 밤에 병원응급실로 달려갔다”며 “가정상비약도 유통기한 때문에 사놓지 못하고 있는데 너무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가정상비약시민연대 등도 이번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 조치가 국민 불편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 50년간 170억병 팔려… ‘국민드링크’ 각광 ▼

“밥이 아니라 약을 먹어서 체력을 보충한다고?”

1961년, 6·25전쟁이 끝난 지 몇 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늘 먹을 것이 부족했다.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이도 많았다. 그때 미국의 원조로 ‘비타민’이라는 게 처음 널리 알려졌다. 밥이 아닌 약을 먹어 체력을 보충한다는 건 그때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비타민, 영양제에 점점 눈뜨기 시작했다. 박카스는 1960년대 영양제 바람을 타고 탄생했다.

지금은 갈색 병에 담긴 액체이지만 1961년에는 알약 형태였다. 하지만 알약 제조기술이 미숙했을 때라 문제가 생겼다. 알약의 겉부분이 녹아내리기 일쑤였다.

1963년 동아제약은 튼튼한 재질의 병에 액체가 쉽게 변하지 않도록 갈색 차단막까지 입혀 드링크제 ‘박카스 디’를 만들었다. 박카스의 상징이 된 갈색 병은 이때부터 지금까지 약 50년간 그대로다.

1963년 박카스 드링크의 가격은 40원이었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이 40원이었으니 아무나 못 먹는 고급이었다. 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였다. 단숨에 드링크제 1위로 등극했다. 50년 후. 지금까지 팔린 박카스는 170억 병이다. 전 세계 인구가 2병씩 마시고도 남을 만한 양이고, 빈 병을 한 줄로 눕혀 죽 이으면 지구 50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무서운 성장세는 제약업계에서 ‘박카스 신화’란 말로 표현된다.

박카스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1976년 7월 모든 자양강장 드링크의 대중매체 광고를 금지했다. 광고가 약물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동아제약은 규제를 받지 않는 옥외광고와 전문지 광고, 극장광고를 통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그 결과 한때 동아제약 전체 매출액에서 박카스의 비중이 50%에 이르기도 했다. 박카스가 벌어들인 돈은 자이데나, 스티렌 등 동아제약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실탄’ 역할을 했다. 동아제약에는 여러모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하지만 요즘 박카스 판매량은 한창 절정이던 2000년대 초반에 비하면 주춤한 편이다. 2002년만 해도 한 해 평균 7억 병 넘게 팔렸지만 최근에는 3억5000만 병 정도가 판매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아제약이 슈퍼 판매를 통해 ‘제2의 도약’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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