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팔색조가 내륙까지 올라왔다는데…

  • Array
  • 입력 2011년 5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온난화, 자연이 먼저 안다

정부가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국판 스턴 보고서(Stern Review)인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에 따르면 한반도 온난화로 2100년까지 기온이 4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로 인한 피해액은 2100년까지 연평균 31조 원, 90년간 누적액은 2800조 원으로 분석됐다.

▶본보 5월 19일자 A1면 참조
한반도 온난화 피해 2800조

▶본보 5월 19일자 A5면 참조
한국 기후변화 대응 OECD 꼴찌… 30위”


이에 환경전문가들은 한반도 생태계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간으로는 확연히 눈에 띄지만 단기간으로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방법은 없을까.

○ “기후변화 영향? 나에게 물어봐”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지리산 설악산 북한산 등 국내 주요 명산의 숲 속에 ‘인공둥지’를 설치하고 있다. 이 둥지를 이용해 박새 곤줄박이가 알을 낳고 부화하는 과정을 매일 체크할 수 있다.

왜 새가 번식하는 과정을 분석할까. 박새의 경우 남한의 북쪽인 북한산부터 남쪽인 지리산까지 대부분 산에 서식한다. 박새는 한번에 3, 4개의 알을 낳는데 주변 기온에 따라 알을 낳는 시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내년에 평년보다 일찍 봄이 오고 날씨가 따듯해지면 박새는 그만큼 빨리 알을 낳는다. 알의 부화도 빨라진다. 또 이상기온으로 봄 기온이 예년보다 낮으면 번식 시기도 늦춰진다.

남부지방에만 사는 ‘팔색조’도 기후변화 측정의 중요 지표다. 팔색조는 과거 제주도에만 살았지만 현재 한반도 내륙 남쪽지방까지 서식지를 넓혔다. 제비 칼새 휘파람새 등 철새의 이동시기도 체크포인트다. 기온이 따듯해질수록 이동시기가 앞당겨지거나 늦춰지기 때문이다. 조류 종별로 서식지 영역과 이동경로를 분석하면 한반도 기후변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 개구리-하루살이의 경고

습지나 웅덩이, 계곡에 사는 개구리와 난괴(개구리 알 덩어리)로 기후변화 양상을 예측하기도 한다. 우선 해당 지역에 어떤 개구리(북방산개구리, 무당개구리 등)가 사는지 확인한다. 관찰된 개구리종의 동면, 첫 산란일, 난괴 변화를 주기적으로 기록한다.

월출산 개구리의 경우 과거 3월에 산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06∼2010년 산란과정을 분석한 결과 1월 11∼30일에 첫 산란을 했고 이후 3월 초 개구리 수가 많아졌다. 또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에서 1월 11, 12일에 북방산개구리가 산란했다는 기록이 2008년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온난화와 생태계의 상관관계를 파악한다.

개구리는 먹이사슬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개구리 수가 적어지면 개구리를 먹고 사는 조류가 굶어 죽는다. 반면 곤충은 증가하는 등 생태계에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공원연구원 권영수 기후변화적응연구팀장은 “날씨가 갑자기 따듯해져 일찍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금세 다시 추워진 날씨에 떼죽음당한 경우도 있다”며 “개구리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주는 핵심 지표”라고 말했다.

계곡이나 강 일대에 뜰채나 그물을 설치해 1시간가량 그 안으로 들어가는 하루살이 수를 점검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강, 계곡 자갈 바닥에 사는 피라미하루살이, 모랫바닥을 굴착해 사는 무늬하루살이 유충,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무늬하루살이 성충은 수온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 도심 속 연구실에서 기후변화 체크

구상나무와 설앵초는 한반도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멸종할 것으로 예측된다. 후박나무 쇠백로 검은큰따개비 암끝검은표범나비 비단망사 남방노랑나비 등은 남방계 생물이지만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들 역시 기후변화를 파악하는 지표다.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기후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활성화되고 있다. 공원연구원에서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등 전국 12개 지점(해발고도 1300∼1700m)에 설치한 ‘미기상(미세기상) 관측 시스템’의 경우 매일 산속의 기온 습도 강수량 등을 측정한 후 해당 정보를 무선 송수신 장치를 통해 연구실로 전송해 준다. 권 팀장은 “지리산 내 구상나무 군락은 1981년과 비교해 2007년에 18%가 감소했다”며 “온난화로 개화시기, 낙엽 생산량이 변하면 숲이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므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을 선정해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