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넘어 조직화 양상… 정치권 압박… 목소리 커지는 ‘反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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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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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다문화정책반대 카페. 2008년 개설된 이 카페의 회원은 현재 5500여 명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다문화정책반대 카페. 2008년 개설된 이 카페의 회원은 현재 5500여 명이다.
지난달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실로 남성 4명이 찾아왔다.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와 다문화바로보기실천연대(다실련) 등 국내 다문화반대 단체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김 의원이 불법체류자 자녀들도 교육 및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발의한 이주아동권리모자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한 시간 넘도록 이야기했다. 의원실 직원은 “그동안 다문화에 반대한다는 항의전화는 늘 있어 왔지만 이번처럼 직접 의원실로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출발한 국내 반(反)다문화주의 움직임이 점점 조직화되고 있다. 종전에 일부 누리꾼이 개별적으로 인터넷 게시판 등에 반대 의견 및 댓글을 올리던 수준에서 하나의 대규모 조직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이다.

○ 정치권까지 압박하는 반다문화주의

대표적인 반다문화 단체는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 다문화정책반대 다문화바로보기실천연대 국제결혼피해예방신고센터 외국인노동자대책범국민연대 등이다.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국내 서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한국 여성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많게는 60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한 이들은 수시로 연대해 대외활동을 한다. 최근에는 법무부나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 및 국회의원 사무실에 항의전화를 돌리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오프라인 집회를 열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단체에선 ‘대선을 앞두고 연합 오프라인 모임을 조직해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말에는 온라인상의 활동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권과 정부기관 등과 접촉해 실질적 반다문화 운동을 실천해 나가겠다며 ‘다문화바로보기실천연대’라는 새로운 조직을 편성하기까지 했다. 올해 1월 일부 단체는 주한방글라데시 대사관을 함께 찾아가 재한 방글라데시인에 대한 범죄 예방 교육 및 엄격한 처벌과 관리를 요구했다. 외국인 범죄 근절을 위한 사진전을 주최하거나 반다문화주의 관련 팸플릿도 제작해 배포했다. 국제결혼피해예방신고센터는 다음 달 3일 여의도동 KBS 정문 앞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 가정을 미화하지 말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 달라’는 주제로 집회를 열기로 했다.

안재성 국제결혼피해예방신고센터 대표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환상을 일으키는 프로그램 방영을 자제해 달라는 민원을 꾸준히 넣었지만 효과가 없어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 박완석 상임대표는 “단체를 출범한 2003년에만 해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최근에는 함께 실천에 나서겠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경기 악화가 주요인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배척하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정현 한국여성정책연구소장은 “보통 실업률이 높아질 때 반다문화주의 현상이 나타난다”라며 “한국인의 12%도 매년 ‘이주민’ 입장에서 해외로 나가고 있을 만큼 다문화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로 바람직하지 못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극단적인 반다문화주의 움직임에 제동에 걸고 나섰다. 인권위는 9일 다문화 사회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온라인상의 인종차별적 표현에 대한 제도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법무부 장관에게는 외국인 관련 정책 수립 시 온라인상의 인종차별적 표현에 대한 개선 방안이 포함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사회 의장에게는 이런 표현물이 온라인상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다. 인권위 측은 “지난해 10월 한 달간 인터넷상 인종차별적 표현을 모니터링한 결과 외국인에 대한 인격 모독과 비방 글이 210건 발견됐다”며 “순혈주의와 인종차별적 표현, 특정 국가 출신 외국인을 테러리즘과 연결해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시키는 경향 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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