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서 노동절 시위…충돌은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일 0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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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인상 실업대책 원전반대 등 다양한 요구 내걸어

노동절인 1일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선 시위 참석자수가 지난해에 비해 적어 '열기'가 다소 누그러진 양상을 보였다.

프랑스의 5개 주요 노동조합은 이날 수도 파리 동부를 비롯한 200곳에서 생계비 인상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인종차별을 비난하는 가두행진을 펼쳤다.

이들 노조는 성명을 통해 거리행진이 아랍권의 민주화 시위에 국제적인 결속을 표시하는 것이라며 프랑스에서 이민자에 대한 입국거부와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당수는 파리의 그랜드 올드 오페라좌 극장 앞에서 노동절에 맞춰 전통적인 '잔 다르크' 메이데이 마치를 이끌어 약 3000명 지지자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국민전선 지지자들은 최근 차기대선 후보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르펜 당수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이날 200곳의 시위에 참가한 사람 수는 7만7000여 명으로 지난해 19만5000명에 비해선 훨씬 적었다고 프랑스 내무부는 전했다.

그리스에서도 시위 참가자수가 경찰추산 5000여명(노조 추산 1만2000여명)으로 작년에 비해선 줄어든 모습이었다.

올해 1월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15.1%에 달한 그리스에서 이날 열린 시위에서는 정부의 긴축재정 정책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시위 후 일부 참가자들과 경찰간 마찰도 빚어졌으나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그리스 노동계는 11일 올해 들어 두번째로 24시간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태평양 연안의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에 이르는 러시아 전역에서 펼쳐진 전통적인 노동절 집회엔 수십만 명이 운집해 현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사회보장개선을 요구했다.

거리행진에 나선 군중은 풍선과 푸른색 혹은 붉은색 깃발을 흔들며 국제사회주의 운동을 축하하는 노동절 휴일을 즐겼다.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좌파 전선이 집회를 열고 아랍식의 민주화 봉기를 일으켜 정권을 타도하자고 호소했지만, 친정부의 정당과 노동단체들이 주도한 가두행진에 압도당했다.

터키에서는 34년 전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역사적인 탁심 광장에서 약 20만 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집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여러 색깔의 깃발을 흔들며 춤을 추고 노래하면서 4개 노동단체가 주최한 집회에 합류하려고 탁심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1977년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던 시민을 향해 극우파 무장괴한들이 총격을 가해 33명이 숨진 탁심 광장은 지난해 노동절까지 출입금지 지역이었다.

터키 의회가 2009년 노동절을 국경일로 다시 정하면서 정부는 올해 노동절 축하를 위해 탁심 광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선 야당 주도의 반정시위에 약 2000명이 참여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실패한 책임을 지고 현 정부가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아시아 각지에서도 노동절을 맞아 시위와 집회가 잇따랐다.

필리핀 마닐라 중심가 광장에 모인 3000여 명의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근로자 해외 파송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현재 필리핀 노동자 900만 명이 해외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수천 명의 군중이 사회 안전망 확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시내 중심가를 행진했다.

1만명 규모의 경찰이 거리에 배치된 가운데, 시위대는 '나라는 부유하지만 민중은 가난하다', '정의는 죽었다' 등의 슬로건을 외치며 건강보험과 연금혜택의 확충을 요구했다.

홍콩에서도 노동자와 각종 시민단체 관계자 8000명이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집세 및 물가 안정, 노동자 착취 금지 등을 요구하는 시위와 가두행진을 펼쳤다.

최근 홍콩 근로자들은 작년 시간당 28홍콩달러(한화 약 3800원)로 책정된 최저임금에 대해 저임금 가구가 생계를 유지하는데 충분치 않다며 불만을 표출해 왔다.

대만에서는 30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수도 타이베이 거리로 나와 마잉주(馬英九) 총통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토로하면서 저임금과 긴 근무시간의 개선, 소득격차 해소 등을 촉구했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를 겪으며 원전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가 부상한 일본 경우 원자력 발전 반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국노조연맹은 도쿄(東京)에서 조합원 약 2만1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절 집회를 갖고 원자력 발전 중단을 촉구했다.

다이고쿠 사쿠지 전국노조연맹 위원장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고, (원자력에 의존해온) 에너지 정책을 바꾸도록 만들자"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서는 노동절 시위가 관제 집회로 변질됐다. 이날 수도 콜롬보에선 타밀반군 진압과정에서 스리랑카 정부가 광범위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유엔보고서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니말 시리팔라 데 실바 스리랑카 선임장관은 이날 공영 라디오에 출연, "(유엔 사무총장인) 반기문에 맞서기 위한 시위들이 열린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지명한 전문가로 구성된 유엔 조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스리랑카 정부가 2008년 이후 타밀반군 진압과정에서 전쟁범죄 같은 광범위한 국제법 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며, 민간인 수만명 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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