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잡히던 참조기, 경북 울진까지 올라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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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수온도 30년새 1~3도 상승

한반도의 날씨 변화는 땅만 달라지게 한 것이 아니다. 바닷속 어종도 20∼30년 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올해 초 동해수산연구소의 박정호 연구사는 경북 울진 앞바다에 어종 채집을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어류도감에는 제주도 인근 남해상에서나 잡을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는 참조기와 덕대를 낚아 올렸기 때문이다. 박 연구사는 “2009년 이후 남해안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동해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0년 새 동해의 수온은 1∼3도 올랐다. 바다는 육지보다 비열(比熱·어떤 물질 1g의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큰 상승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한반도 일대 어획량 변화를 보면 이런 영향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생선인 명태는 1981년만 해도 15만7000t이나 잡혔지만 지금은 연간 어획량이 1t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1980년대 연간 어획량이 4만 t대였지만 지금은 12만 t에 육박하고 있다.

제주도 일대 어종 변화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수산연구센터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이 센터에 따르면 온대성 어류인 갈치의 생산량은 1970년대만 해도 제주 어획량의 1%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26.9%로 27배나 많이 잡히고 있다. 그 대신 전복 등 연근해에서 자라는 조개류는 기온 상승으로 갯녹음병에 걸려 어획량이 20분의 1로 줄었다.

제주도가 ‘자리 물회’로 유명했던 것도 옛말이다. 박 연구사는 “자리돔의 경우 요즘은 제주 앞바다보다 경남 앞바다에서 더 잘 잡혀 경남 어민들이 이를 잡아다 제주 횟집에 팔 정도”라며 “어종 변화가 어민들의 생활과 수산물 시장 가격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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