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국 전문가 기고/프랑수아 고드망]<5>대지진 이후 日의 미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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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에너지 안전관리, 투명성 확보가 필수

프랑수아 고드망
프랑수아 고드망
일본은 오랫 동안 모험주의 정신이 홀대받는 바람에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 일상의 하나가 돼버렸다. 행정기관과 관료들의 진취성은 제한된 사회였다. 1995년 한신 대지진 때는 관련 기관들 간의 의사소통 부재와 군(軍) 투입 부족이 중대한 문제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것들은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그러나 이번의 지진, 지진해일(쓰나미), 원전사고라는 3중 재앙은 또 다른 문제를 노출시켰다. 전력회사, 관계 부처, 감독기관 간의 느슨한 관계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대응 조치가 취해지지 못했다.

만약 이번에 원전사고 없이 지진만 일어났더라면 (강진에도 버틴) 도쿄의 다리와 빌딩의 우수한 안전성은 세계인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원전 사고로 인해 동일본 대지진 참사는 세계인들의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몰아갔다.

국제사회의 첫 번째 관심은 원전 사고로 원전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하는 것이다. 앞으로 세계 각국은 원전을 건설할 때 생각할 것이 더 많아졌음에 틀림없다. 이를테면 터를 선정할 때 예상 가능한 규모의 지진뿐 아니라 홍수, 가뭄, 전산망 붕괴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하는 점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원전 안전 대비책도 더욱 개선되어야 하고 핵폐기물 처리에 관한 추가 대책도 요구된다. 인간은 잘 잊어버린다. 핵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작금의 반대 목소리는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원전의 편리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급증할 게 분명하다.

국제사회의 두 번째 관심사는 원전 사고 이후 일본 경제와 국제 경제가 어떤 변화를 겪을지 하는 것이다. 우선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의 주요 산업과 대기업이 침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기간에 걸쳐 방사능 오염 제거 비용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체르노빌 사태처럼 일부 지역은 영구적으로 폐쇄될지 모르는 최악의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번 사태가 엔화 가치의 상승을 막아 일본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핵 재앙의 복구를 위해선 막대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은 통화정책의 실패를 무릅쓰고라도 엄청난 돈을 지출할 것이며 보유 외환도 내다 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세계 3위 경제대국의 통화량 팽창과 핵에너지에 대한 불신은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부추길 게 뻔하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의 세 번째 관심사는 핵 확산과 재래식 안보이슈에 관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군사개입 속에 내전을 치르고 있는 리비아가 만약 원전을 갖고 있었다면? 이란의 부셰르 원전(번역자 주-수도 테헤란 서남쪽에서 지난해 11월 가동을 시작한 원전. 서방은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은 위험하지 않나? 1994년 제네바 합의가 이행됐더라면 북한에 지어졌을 거대한 경수로는 차치하고라도 영변의 ‘연구용’ 원자로들은 어떤가?

핵에너지는 20세기의 군비경쟁이 낳은 부산물이었지만 스스로 생명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안전한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 핵에너지의 관리와 감독은 끊임없는 완벽성과 투명성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게 됐다. 그것은 어려운 주문이다. 하지만 그게 안 된다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태는 반복될 것이다.

프랑수아 고드망

■ 프랑수아 고드망


―파리정치대 교수(역사학)
―현재 아시아센터 소장
―프랑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새로운 아시아 르네상스’(1993년)
등 10여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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