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AIST]“경쟁력 높여야” vs “서남표식 개혁 반대”… 교수 2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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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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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입학생을 이류로 만들순 없어”장순흥 원자력및양자공학 교수 “낙오자 배려 등 보완 필요”

《 올 들어 학생 4명과 교수 1명의 잇단 자살로 ‘서남표 식’ KAIST 개혁 논쟁이 뜨겁다. 학내 인사 중 서 총장 취임초기부터 지난해까지 개혁을 견인해온 장순흥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전 교학부총장)와 최근 ‘반(反)서남표 라인’의 선봉에 선 한상근 수리과학과 교수를 만나봤다. 장 교수는 당초 같은 학교 교수끼리의 마찰로 보일 것을 우려하며 인터뷰를 고사했지만 개혁의 진정한 의미를 독자들에게 설명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결국 응했다. 》
“‘일류 입학생이 이류 졸업생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개혁의 큰 목표였습니다.” 장 교수(사진)는 11일 “장래 국가의 운명을 책임질 대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소신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며 “다만 제도는 낙오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학생이 고교 때는 사교육비도 많이 투자하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공부하지만 대학에 오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KAIST는 이런 문제를 오래 고민해 왔다”고 강조했다. 대학생이 공부에 매진하고 유학 간 동료보다 국제화에 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등록금 차등 부과제와 100% 영어수업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장 교수는 설명했다.

장 교수는 “등록금 부과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논의됐다”며 “당시 기획재정부가 먼저 등록금 부과를 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등록금을 부과하지 않고 8학기에 졸업하지 못한 연차초과자 학업제한 조치도 없던 시절 학생들은 5, 6년씩 학교를 다녀 연차초과자가 한 학년 학생보다 많은 800명을 넘으면서 기숙사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에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장 교수는 “학생을 위한 제도라도 좀 더 사랑이 전달되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어야 했다”며 “영어수업의 경우 보조교사가 전달이 잘 안 된 부분을 설명해 준다든지 중요한 부분이나 마지막 요약을 한국말로 해주는 방식의 운영의 묘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KAIST 개혁 논쟁에 최근 외부 논객의 참여가 늘어나고 진보와 보수 이념대결로 비화하는 현상에 대해 장 교수는 “자원이 없는 한국은 다른 나라와 사람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명제 앞에서 좌우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영어수업 밀어붙이기로 사제 단절” ▼
한상근 수리과학과 교수 “소통 부재가 화 불러”


“한마디로 ‘소통 없는’ 서남표 총장의 개혁이 지금의 문제를 만든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한 교수(사진)는 11일 “KAIST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총장이 교수와 학생 등 전 학교 구성원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서 총장식 개혁은 독단적이고 과격하게 밀어붙이는 일방적인 운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교수가 처음에는 ‘소통’을 꾸준히 말했지만 전혀 받아들이지 않아 나중에는 포기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영어수업을 꼽았다. 당초 외국인 교수나 영어에 능숙한 교포 출신 등을 뽑아 강의를 하자는 의견이 많았는데도 서 총장은 기존 교수들이 (영어 수업을) 하도록 했다는 것.

한 교수는 “평가 때 영어강의 여부를 주요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부족한 교수들도 수업을 진행했다. 결국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영어 강의가 교수와 학생 간 인간적 접촉을 단절해 버렸다”며 앞으로 모든 수업을 ‘우리말’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대신 학생들이 일정 학점 이상의 영어강의를 수강토록 하는 방안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성적에 따른 등록금 차등 부과제(일명 징벌적 등록금)에 대해 그는 “부과 대상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충당하기 이전에 부모님이나 친구들 앞에서 자존심을 다치는 문제가 있다”며 “폐지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서 총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과 KAIST의 변화를 위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적절하다”고 잘라 말했다.

대전=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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