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까지 족집게 과외… 학원서 만들어진 ‘선수’ 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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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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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오디션 열풍에 편승… 음악-연기학원 ‘특별대비반’ 등장

가수가 되기를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음악강사로부터 가창력을 키우는 훈련을 받고 있다 (위).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Mnet의 ‘슈퍼스타K’. 평범한 직장인, 주부, 대학생 등이 나와 자신의 꿈을 치열하게 펼친 이 프로그램은 허각, 존 박 등 평범한 참가자를 일약 스타로 도약시키며 ‘코리안 드림’을 실현시키는 꿈의 무대로 각광받았다. 당시 시청자들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들의 노력과 경쟁을 지켜보며 탈락의 아픔과 순위 통과의 기쁨을 함께했다.

하지만 현재는 각 방송사마다 아류작이 만들어져 속성 사설학원까지 등장한 상태. 이들 학원에서는 족집게 강사에서 현직 PD까지 나와 인위적으로 ‘코리안 드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 현직 PD가 직접 특강

‘슈퍼스타K’의 성공은 많은 아류 프로그램을 등장시켰다. 10일 참가자 접수를 시작한 ‘슈퍼스타K 3’에는 하루 만에 5만 명이 넘게 몰렸다. MBC는 비슷한 포맷의 ‘위대한 탄생’을 진행 중이며 SBS는 연기자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 참가자 접수를 17일 시작했다.

수요가 많아지니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 참가자들에게 노래와 연기를 가르치는 사교육 시장도 함께 달아올랐다. 최근 ‘슈퍼스타K 3’ 특별대비반을 만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실용음악학원은 수업 관련 문의 전화만 하루에 100통 넘게 받고 있다. 학원 관계자는 “일주일에 1시간씩 3번 보컬트레이닝을 받고 지도교사가 곡 선정까지 해준다”며 “30초∼1분 사이에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효과적인 길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 학원은 SBS가 6월 방영하는 연기자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 특별대비반도 만들었다. 자기만의 이미지를 가꿔주는 ‘이미지 트레이닝’은 물론이고 현직 PD와 감독의 특강, 피부관리법 특강, 모의 오디션까지 한다. 두 달에 120만 원인 이 과정에는 정원을 초과해 수강생이 몰렸고 급기야 학원 측은 반을 하나 더 늘렸다.

오디션 통과 ‘족집게 과외’도 등장했다. 서울 서초구의 B음악·연기학원은 “실제 방송 오디션에서 나올 만한 미션을 예측해 족집게 과외를 해준다. 단기간에 공개 오디션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홍보 중이다. 즉흥 연기나 독백, 그리고 역할극 등 다양한 미션을 던져주고 수행하면서 저마다 모범답안을 만들어 둠으로써 수강생들이 사실상 ‘족집게 과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비용은 두 달에 80만 원이 넘었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C실용음악학원에서 공개 오디션 대비 일대일 과외를 받은 이솔지(가명·22·여) 씨는 “강사들이 ‘너무 잘하는 척해도 심사위원들이 싫어한다. 솔지 씨는 저음이 좋으니 가수 알리(ALI)의 노래를 주력 곡으로 삼으라’고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이 씨는 “소위 기획사의 ‘아이돌 고시’에 합격한 뒤에도 길게는 몇 년간 합숙생활을 해야 하지만 방송사 주관 공개 오디션은 통과만 하면 바로 가수로 활동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공개 오디션이라 선발도 공정할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방송사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출되는 개성

사설 학원들은 돈만 더 내면 각자의 개성도 연출해 주고 있다.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피아노나 기타 등의 악기 교습을 추가로 선택할 경우 10만∼2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대전 유성구의 D실용음악학원 상담 관계자는 직접 상담을 받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악기 하나는 추가해야 하지 않겠나. TV를 봐도 죄다 통기타다 뭐다 들고 나오는데 악기를 하나 하는 게 심사위원들 인상에 남는다”며 “악기 추가 시 15만 원을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이정선 교수(61)는 “음악의 기초를 다듬어주는 게 아니라 단지 몇 개 케이스를 두고 거기에 끼워 맞추는 식”이라며 “단기간에 합격을 목표로 가르치는 학원 수업이 인위적으로 앵무새들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개 오디션 열풍은 학원 홍보 수단으로도 변질되고 있다. 일부 실용음악학원들은 해당 학원 출신 오디션 지원자가 본선을 통과하면 ‘○○○ 선생의 제자 △△△ 슈퍼스타K 본선 진출’이라는 플래카드로 만들고 블로그 등에서 홍보하고 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개 오디션이 참가자들의 꾸밈없는 열정을 보여주고 숨겨진 끼를 발산하는 무대가 아니라 반드시 합격해야 하는 목적으로 변질됐다”며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으며 획일화하고 ‘조작된 개성’이 넘쳐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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