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그 후, 지금은]<下>“이제는 달라져야” 각계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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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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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평화에 길들여져 큰 희생… 하나되고 강해져야”

《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1년. 대한민국은 장병 47명의 목숨을 잃었지만 그만큼 소중한 교훈도 얻었다.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는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한 영웅’으로 부활했다. 남남 갈등을 노린 북한의 도발에 국민은 해이해졌던 안보의식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과제는 여전히 많다. 천안함 폭침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군, 정치권, 나아가 사회 전반이 변화해야 한다. 각계 인사 10인의 제언과 당부를 정리했다. (가나다순) 》
■ 김구섭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
국제사회 냉정한 이해관계 목격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반드시 고쳐나가는 것이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젊은 영웅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다. 천안함 사건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이라는 결실을 거뒀지만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냉정한 이해관계를 목격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려면 철저한 군사대비 태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안보만큼은 정치적 이해를 떠나 국론을 모아야 한다. 외교역량을 키워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와 공동 대처하는 노력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전 국방부 장관)
당시 軍 강력대응 못해 아쉬움


천안함 사건으로 전사한 장병 46인과 한주호 준위 등의 희생으로 국가안보가 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는 출발점이 됐지만 너무 큰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당시 군이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지금도 아쉽다. 그로 인해 얼마 뒤 연평도 도발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천안함 사건을 놓고 보수-진보의 이념 대립과 국론 분열이 진행되는데, 참으로 걱정스럽다. 아직까지도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진실게임’을 벌이는 현실에 비애를 느낀다.

■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전 국회 천안함진상특위 위원장)
국론분열 부추긴 정치권 반성을


천안함 용사들을 영원히 잊어선 안 된다. 그들의 희생으로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되고 강해져야 한다. 천안함 사건 이후 사회 각계에서 극심한 이념 대립과 국론 분열이 초래됐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선 정치권에서 마치 전쟁이 날 것처럼 소동을 벌여 큰 혼란을 초래했다. 그러나 이후 연평도 포격을 보고 난 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사람들의 주장이 쏙 들어갔다. 평화공존의 대상으로 여겼던 북한이 우리에게 보여준 건 어뢰와 폭탄이었다. 이를 잊지 말고 국민의식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박상천 민주당 의원(국회 국방위원)
軍 관료주의-기강해이 극복 계기로


천안함 사건은 우리 군의 기강해이, 국지도발에 대한 대비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 잠수정의 동향에 관한 첩보가 있었음에도 정보 판단을 그르쳐 아무런 대비를 못 했다. 이런 상황은 관료주의에 빠진 군 수뇌부, 장교들의 기강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군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국방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대비는 아직도 부족하다. 북한은 잠수함을 대폭 늘리고 성능 개선에 분주하다. 철저한 대비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전 합참 정보본부장)
유족의 고통 온 국민이 보듬어야


올해 범정부적 행사로 치러지는 천안함 폭침 1주기 기념식을 통해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과 유족들의 아픔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 희생 장병의 한 어머니는 지난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대전현충원의 아들 묘소를 찾았다고 한다. 그들의 슬픔과 고통은 온 국민이 보듬고 치유해야 할 국가적 숙제다. 천안함 사건 이후 초래된 국론 분열과 정부 불신, 북한 비호세력의 끊임없는 의혹 제기 등을 돌이켜볼 때 희생 장병과 유족들에게 너무도 부끄럽다. 북한이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려면 국민의 결집된 안보의식이 요체다.

■ 손태규 단국대 교수
軍, 언론에 사실 숨겨 불신 자초


천안함 사건은 군과 국민 사이의 원활한 접촉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했다. 국민에게 안보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게 하려면 군이 평소 국민과 소통하면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군은 이런 노력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국민의 불신이 생겨났다. 군이 국민의 불신을 극복하려면 언론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군은 천안함 사건과 같은 위기 때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했고 언론에 사실을 숨겨 부정확한 보도가 나왔다. 언론도 국가위기 상황에선 흥미 위주의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

■ 윤덕용 KAIST 명예교수(전 민군 합동조사단 단장)
객관성 부정한 의혹제기 안타까워


합동조사단이 확실한 과학적 근거로 원인을 규명했음에도 여전히 그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이미 어떤 결론을 내놓고 자신이 희망하는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근거라고 생각하는 점만을 강조한다. 편향적인 사고가 문제다. 객관적인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객관적인 사실과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생각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지식인층은 양심이나 정직성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기 분야가 아닌, 모르는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인정해야 한다.

■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北 사과 전제로 대북정책 펼쳐야


북한은 천안함 사건 이후 초래된 남남 분열과 국민의 정부 불신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또다시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켰다. 남한 국민을 계속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으면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는 완전히 빗나갔다. 국민 대부분은 북한의 잇단 도발에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임을 확신하고 분노했다. 국민은 이제 ‘아무리 나쁜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는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모든 대북정책과 전략은 천안함 사과를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

■ 전제국 전 국방부 정책실장
北 재도발땐 확전 각오하고 응징을


천안함 사건은 우리의 안보태세를 전면적으로 탈바꿈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국가위기관리 체제가 전면적으로 강화됐고 적극적 억제 개념도 도입됐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도 없지 않다. 북한이 다시 도발할 경우 확전을 각오한 응징 보복 개념을 발전시켜야 한다. 확전을 두려워해선 북한의 도발 놀음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북한이 기습할 경우 공격 원점을 찾아내 대응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미리 북한의 취약점을 파악했다가 도발해오면 즉각 타격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확고한 대응 능력과 의지를 북한에 똑똑히 각인시켜야 한다.

■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호전성 강화된 北정책 파악 시급


천안함 사건이 김정은 후계체제 결정 이후 발생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북한을 과거의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북한의 중요한 대남정책 변화를 조기에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 북한을 좀 더 전략적으로 관리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급변사태 대비가 아니라 북한의 실제적 위협에 언제든지 즉각 대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북한이 과거보다 호전적이고 모험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응하면서 북한이 개방 개혁으로 나아가도록 대화와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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