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시장-지사 불참한 디지스트 첫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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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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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기자
이권효 기자
“대구에 포스텍(포항공대) 같은 연구중심대학이 있다면 대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텐데….” 대구에는 오래전부터 포스텍을 부러워하며 이 같은 말을 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확실한 이공계 특성화 대학 한 곳이 기업 유치 등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2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캠퍼스에서 열린 디지스트(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첫 입학식은 2003년 설치법이 국회에서 제정된 후 8년 동안 노력해 얻은 결실이다.

대전 KAIST와 포항 포스텍, 울산 유니스트(울산과학기술대), 광주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큰 꿈을 안고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국책 연구교육기관으로서 첫 단추를 끼웠다. 디지스트와 대구시가 ‘역사적인 입학식’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그런데 이날 입학식은 전혀 ‘역사적’이지 못했다. 석·박사 과정에 입학한 학생(47명)의 규모는 작았지만 대구와 경북을 아우르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상징성을 띠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동안의 노력을 생각하면 1회 입학식은 대구와 경북의 큰 축제 분위기가 됐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했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대구에 있었으면서도 참석하지 않고 정무부시장과 부지사가 대신 왔다. 별일 아니라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윤종용 이사장과 신성철 원장(초대 총장 예정자)은 입학생과 가족 등 300여 명을 향해 디지스트의 미래를 소개했지만 아무래도 맥이 빠졌다. 윤 이사장은 “아직 한국에는 세계가 진정으로 인정하는 초일류 대학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디지스트가 국내 최초의 초일류 대학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또 신 원장은 “세계를 선도하는 초일류 국가를 위해 디지스트의 미래가 입학생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모두 듣기 좋은 말이지만 그다지 와닿지 않는 분위기였다.

디지스트의 좌표는 영남권을 대표하는 이공계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고급 연구중심대학이다. 같은 영남권인 유니스트는 이날 입학식에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초청해 신입생들과 만나도록 했다. 기념식수를 심은 곳은 ‘유니스트 노벨동산’으로 꾸몄다.

유니스트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굉장히 좋은 자극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09년 개교한 유니스트는 2년 만에 대학 브랜드가 크게 높아지고, KAIST는 40년, 포스텍은 25년, 지스트는 16년 동안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디지스트는 비슷한 성격의 이들 대학과 단기간에 같은 반열에 오르도록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는 말은 해왔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입학생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면서 “대구 경북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이공계 대학을 만들어 보자”고 격려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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