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새내기 외국인 유학생 위한 ‘찾아가는 오리엔테이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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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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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색깔만 보세요”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내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서울 생활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선배 유학생’인 새뮤얼 니어 씨는 서울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지하철 타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유학생 300명은 오리엔테이션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울시 제공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내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서울 생활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선배 유학생’인 새뮤얼 니어 씨는 서울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지하철 타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유학생 300명은 오리엔테이션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울시 제공
“서울 지하철 노선은 총 9개입니다. 복잡한가요? 고유 색깔을 확인하세요.”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내 이화삼성교육문화관. 그리스 출신 여대생 아시마나키 콘스탄티나 씨(23)가 입을 실룩거렸다. 올해 이화여대 인문과학부(영어영문학 전공)에 입학한 그는 서울에 온 지 5일밖에 되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복잡한 노선 9개. 여기에 경의선, 경춘선 등 지역 노선까지 10여 개 노선이 그려진 지하철 노선도를 보자마자 그는 “아테네는 2개뿐인데 서울은 너무 복잡하다”며 겁부터 냈다.

무대 위에서 발표자의 설명은 이어졌다. 다음은 교통카드 ‘T머니’ 설명 차례. ‘환승’ 설명 부분에서 어려움은 극에 달했다. “내리기 전 카드를 단말기에 대야 하고, 30분 내에 갈아타야 환승 할인을 받습니다. 하루에 총 4번까지만….” 한숨과 함께 끙끙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 입학식보다 중요한 서울 생활 배우기


한국에 온 지 한 달도 안 된 외국인 300명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서울 생활의 ‘기본’을 알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시 산하 서울글로벌센터가 3월 입학하는 새내기 외국인 유학생 및 교환학생 등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마련한 ‘찾아가는 오리엔테이션’이다. 서울 생활에 적응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의료 대중교통 운전면허 휴대전화 아르바이트 은행 이용법 등을 각종 시각 자료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센터는 그동안 소규모로 해온 설명회를 올해부터 12개 대학, 1000여 명의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규모를 키웠다.

이날 설명회의 핵심은 지하철. 서울의 ‘동서남북’도 모르는 이들에게 지하철 노선도 익히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테네에서 왔다는 콘스탄티나 씨는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면 외국인인 나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겁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즐기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에 유학 온 이유에 대해 “‘동방신기’, 삼성, LG 등 평소 한국 문화나 산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새내기가 아닌 ‘베테랑’급 외국인 유학생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7월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환학생으로 온 독일 유학생 콘세비츠 디마 씨(25)는 ‘이화여대 유학생’이라고 적힌 한글 명함을 직접 만들 정도로 ‘준한국인’이 됐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수두룩하다”며 “T머니 카드로 버스, 지하철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 “지하철 타기가 제일 어려워요”


이날 발표를 맡은 새뮤얼 니어 씨(28)의 감회는 남달랐다. 2008년 서울에 처음 왔을 때 그 역시 이날 좌석에 앉은 새내기 중 한 명이었다. 현재 서강대 국제경영대학원에서 유학 중인 니어 씨는 서울 생활을 좀 더 빨리 익히기 위해 1년 반 동안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외국인 상담 자원 봉사 활동을 했다.

설명회는 40분 정도 진행됐으나 호기심 많은 유학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질문을 했다. “환승역에 ‘코리안 서클(태극마크)’만 있고 역 번호가 없다” “휴대전화 대리점에 가면 말이 안 통해 난감하다” 등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하이라이트는 ‘서울 사람’에 대한 얘기였다. 콘세비츠 씨는 “지하철을 탈 때 열차에서 사람이 내린 다음에 타야 하는데 서로 막 탄다”며 “급한 성질을 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니어 씨는 “지하철 내에서 사람들이 밀치는 것은 외국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바빠서 그렇다”며 ‘열린 마음’으로 이해할 것을 당부했다. 김상용 서울글로벌센터 국제교류팀장은 “유학생들 개개인의 관심사가 다르다”며 “앞으로 유학생, 교환학생, 언어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맞춤형’ 설명회를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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