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日서… 서울서… 희망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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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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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예술이 일본을 찾아갔다. 남성중창단 모티브싱어즈가 일본 교토에서 펼친 ‘꿈과 희망이 있는 한민족 음악회’는 재일한인 어르신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서울에서 펼쳐진 연극무대에서는 동네배우들이 주인공으로 한데 어우러지면서 우리 이웃과 더 친밀해진 나눔예술의 모습을 보였다. 》
■ ‘모티브싱어즈’ 日교토 공연… “스바라시∼” 객석 울린 감동

모티브싱어즈가 익살스러운 동작을 하며 이탈리아 나폴리 민요 푸니쿨리 푸니쿨라를 열창하고 있다. 교토=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모티브싱어즈가 익살스러운 동작을 하며 이탈리아 나폴리 민요 푸니쿨리 푸니쿨라를 열창하고 있다. 교토=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앙코르! 앙코르!”

‘화개장터’에 이은 두 번째 앙코르 곡 ‘아리랑’이 끝났지만 객석의 감동과 열기는 식지 않았다.

16일 오후 3시 일본 교토 ‘고향의 집’ 운사홀을 가득 메운 200여 명의 재일한인 어르신과 지역민은 한국에서 온 나눔의 성악가들을 좀체 놓아주지 않았다. 잠시 후 모티브싱어즈의 세 번째 앙코르곡, 가요 ‘어머나’가 울려 퍼지자 객석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와 합창으로 하나가 됐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도 좋은 건 다 압니다. 보세요. 청춘과 활력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조용히 무대 뒤에서 공연을 감상하던 윤기(일본 사회복지법인 마음의 가족) 이사장의 얼굴엔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주변의 지역민도 “스바라시(멋지다)”를 연발하며 중창단의 일본 나눔무대를 만끽했다.

이날 ‘축배의 노래’로 시작된 나눔무대가 펼쳐진 운사홀 중앙엔 휠체어에 의지한 100여 어르신이 자리 잡았다. 대부분 10대에 한국을 떠나 60∼70년간 타국 땅에서 차별과 생활고, 외로움 등 삼중고를 겪었고 지금은 치매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다.

차분하던 분위기는 뮤지컬 남태평양의 ‘여자보다 귀한 것은 없네’로 반전됐다. 중창단이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한 중년여성을 무대로 이끈 뒤 장미꽃을 바치자 객석엔 환한 웃음이 퍼졌다.

“자 봐, 저 소리는 목이 아니라 배에서 나오는 거라고.”

친구와 일본인 여성봉사자에게 귀띔해주는 김일출 할머니의 모습은 정겹기까지 했다. ‘경복궁타령’으로 한껏 흥을 돋운 무대에 소프라노 박소헌 씨의 ‘신 아리랑’이 흐를 즈음 객석의 어르신들은 눈물을 훔치며 감회에 젖었다.

이어진 ‘고향의 봄’. 고향이 그리워서일까. 한 치매 노인의 외마디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중창단 곡 하나 하나에 코믹한 연기와 몸짓이 배어 있어 국악이 아니어도, 한국말을 몰라도 음악을 즐기는 데 장애가 되지 않았다.

“노래엔 국경이 없어요. 전달력이 뛰어났고 멜로디도 좋아 기분으로 느꼈어요. TV 앞에 있을 때가 많은데 공연 제목처럼 꿈과 희망을 품은 시간이었어요.”(기와하라 가즈요시·86)

어느새 공연장을 빠져나와 다음 공연을 부탁하는 관객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성악가들의 모습은 해외의 나눔무대도 국경이 없음을 실감케 했다.

교토=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 제2회 성미산 연극축제 ▼
못다이룬 연극의 꿈 함께 나눈 ‘동네배우’들

시민연극교실 수요일반의 ‘고백, 오 마이 갓’ 공연 장면. 서영수 전문기자 uki@donga.com
시민연극교실 수요일반의 ‘고백, 오 마이 갓’ 공연 장면. 서영수 전문기자 uki@donga.com
“결혼, 인간이 만든 위대한 제도 중의 하나지. 그래서 대부분 결혼을 해. 그러나 결혼을 하고 다들 후회한다더라고. 오 마이 갓!”(문광수·66)

“결혼 참 중요하죠. 결혼, 인터넷에 검색해보시면 압니다.”(박정민·37·사회복지사)

19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 서울시극단 시민연극교실 2기 목요일반의 ‘라배도 이야기’에 이어 수요일반의 ‘고백, 오 마이 갓’ 초연 무대가 펼쳐졌다.

대부분이 지역주민인 관객들은 배우들의 개인사를 담은 대사에 손뼉을 치며 웃음을 쏟아냈다. 배우들의 노래가 나오는 대목에선 따라 부르며 분위기를 즐겼다.

연극의 꿈을 품은 20대 직장인부터 60대 전직 최고경영자(CEO)까지 시민배우들이 전국 동네연극단체 모임인 ‘제2회 성미산 동네연극축제’에서 공연을 나눴다. 처음으로 전문공연장 무대에 선 배우들은 막이 내린 뒤에도 한동안 상기된 표정이었다.

“관객이 맞장구를 치고 호응을 잘해 줘 좋았고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전미옥·43·CMI연구소 대표)

‘라배도 이야기’에 출연한 직장인 홍성아 씨(42)는 “연극을 보던 입장에서 직접 무대에 서보니 연습 때의 피곤은 사라지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연극교실을 졸업한 2기 배우들은 자체 극단을 꾸린 1기생들과 연계해 더 많은 지역민과 만날 꿈에 부풀어 있다.
▼ 마을극단 ‘무말랭이’대표 송민규 씨-연출가 남동훈 씨 ▼
“동네극단 의미는 삶을 즐기는 데 있죠”


남동훈 씨(왼쪽)와 송민규 씨.
남동훈 씨(왼쪽)와 송민규 씨.
성미산마을극단 ‘무말랭이’ 대표 겸 배우 송민규 씨(42)는 삶을 즐기는 데 동네극단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무말랭이가 꾸려진 것은 2007년 말. 단원은 ‘연극 한번 해보자’며 인연을 맺은 20∼50대 주부 직장인 등이다. 서울시극단 지도단원이자 무말랭이 연출가 남동훈 씨(42)는 주민이 동네배우의 다른 면모를 접하곤 새삼스러워한다고 했다.

“아이들도 길가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어른으로만 알았던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무대에서 웃고 쓰러지니 정말 좋아해요.”

대학극회 친구인 두 사람은 제2회 성미산 동네연극축제 집행위원으로 진행을 도왔다. 무말랭이는 축제 폐막일인 27일 저승 조상님들의 제사상 논쟁기인 ‘산토끼’를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러시아 우수리스크 고려인 마을을 다녀왔어요.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며 감동을 나눈 자리였어요.”(송민규)

그는 여건이 여의치 않지만 매년 고려인을 위한 연해주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마추어공연에선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든답니다. 다음 달엔 서울 광진구 도서관 공연을 해요. 이를 계기로 동네연극단체들이 더욱 나누고 성장하길 바랍니다.”(남동훈)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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