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선장 치료 맡은 이국종 아주대 교수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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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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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맡고 있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외상외과)가 13일 오후 아주대병원에서 본보와 인터뷰하면서 석 선장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원=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맡고 있는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외상외과)가 13일 오후 아주대병원에서 본보와 인터뷰하면서 석 선장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수원=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동아일보는 14일자 A2면에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 주치의인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지면 관계상 실지 못한 내용을 추가해 동아닷컴용으로 인터뷰 전문을 다시 올립니다. 이 교수가 석 선장을 치료하면서 느꼈던 문제점과 인간적 고뇌 등을 가감 없이 소개합니다.》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58)은 내부 장기 및 외상이 모두 완치된다 해도 일부 장애가 있을 것이라는 의료진 판단이 나왔다. 석 선장 치료를 맡고 있는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42·사진)는 13일 오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총알을 맞은 석 선장의 왼쪽 손목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며 "그나마 오만 의료진이 응급수술을 잘해서 이 정도에 그쳤다"고 말했다.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면 자칫 왼팔 일부를 절단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 의료진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완치가 되더라도 석 선장의 왼손은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힘들 것"이라며 "총알을 맞은 양 다리 역시 일부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오후 5시 반경 시작했다. 당초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 반 이상 늦어졌다. 인터뷰 직전 외상환자가 들어와 예정에 없던 응급수술을 했기 때문이었다. 수술을 마친 이 교수를 만난 곳은 아주대병원 별관 4층 중증외상특성화센터 행정실. 한 손에는 먹다 만 샌드위치가 들려있었다. 늦은 점심이었다. 수술실에서 입었던 파란 수술용 가운과 모자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가슴 부위에 붉은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잠시 후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이 교수가 다른 의료진과 함께 공식 브리핑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혼자 인터뷰에 나선 것은 석 선장 이송 후 처음이다.

그는 석 선장 치료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나타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또 열악한 국내 외상환자 치료 시스템을 설명할 때에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거친 표현을 쏟아내기도 했다. 다만 오만 현지에서 있었던 총알 분실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자제했다.

―석 선장을 오만에서 처음 봤을 때 상태가 어땠나.

"오만 현지에서 본 그의 상태는 너무 안 좋았다. 총알을 맞은 부위마다 괴사성근막염(근육을 둘러싼 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대부분 괴사를 동반)으로 몸이 온통 벽돌처럼 검붉었다. 그것을 본 순간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가자마자 고름을 제거하고 총알을 뺐더니 환자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

―석 선장 상태가 그 정도로 나빴나.

"한마디로 만신창이였다. 오만으로 출국할 때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잘못되면 함께 간 의료진 모두 돌아오지 않을 각오였다. 막상 현지에 도착해서 보니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처음에 왜 경상으로 발표됐는지 모르겠다. 다행인 것은 석 선장이 병원에 도착한 지 1시간 만에 오만 의료진이 수술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형외과 의사가 뼈 맞춰 놓은 것 보니까 환상적이었다. 팔 뼈 전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는데 '예술작품'처럼 해놓았다. 이건 외국 의학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그 정도로 잘했다."

―현재 상태는 어떤가. 괜찮은 것으로 봐도 되나.

"암 환자는 수술실에서 90% 결정된다. 대장암 수술을 받으면 5일 만에도 퇴원한다. 그러나 석 선장 같은 환자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약물로 생명을 끌어가고 있는 상태라 간수치도 확 올라갔고 이거 낮추려고 약제를 또 썼다. 한때는 소변량 때문에 걱정했고…. 걱정할 일이 '이벤트'처럼 시시각각 일어나기 때문에 눈을 떼지 않고 모니터해야 한다. 확인해야 할 수치가 150가지가 넘는다. 이건 '우주왕복선'을 띄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완치 이후 우려되는 것이 있나.

"석 선장 가족에게 솔직히 말했다. '앞으로 아버지 배 못 탈 것'이라고. 석 선장이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도 물었다. 오른손잡이라고 하기에 다행이라고 말해줬다. 글을 쓰고 화장실 가는 등의 일상생활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왼손은 못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총알에 맞은 다리도 불편하게 될 수 있다. 정신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언론도 관심갖지 않을 것이고. 가족의 도움이 절실할 것이다."

―총알 분실 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삼호해운 직원들이 현지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우리 따라다니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지원했다. 심지어 모기약 1개까지 구해다 줄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쪽의 도움은 거의 받지 못했다.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환자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누가 나서지도 않고….그런 상황이었는데 국내에서 총알 개수에 집착하니까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교수는 오만 현지에서 확보한 총알 2개 중 1개를 다른 소지품과 함께 잃어버려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현지 상황이 매우 급박했던 것 같다.

"오만 의료진도 관심이 높아지자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사실 한국으로 치면 내륙 중소도시의 작은 종합병원에 총알 여러 발을 맞아 중상을 입은 외국인 근로자 1명이 온 것이다. 그것도 완전 쇼크 상태로. 과연 한국에서 그 환자가 살았을까? 아마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만 의료진은 완벽하게 처리했다. 에스컬레이터도 없고 대리석 장식도 없는 병원에서 말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와 취재진이 몰리면서 오만 쪽도 (석 선장을) 데리고 있기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우리가 어디까지 해야하나?' 혼란스워하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현지의 혈액이나 약제 수급 여건도 나빴다. 인구도 적고 회교 국가라 헌혈도 잘 안하고…. 의료진 3명이 모여 의논을 했는데 더 놔두면 '죽는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바로 이송을 결정했다."

―이 교수 때문에 외상외과와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실 이번에 오만에 가는 것 자체가 우리 팀과의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서 잘못 되면 아예 돌아오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가려고 했다. 나도 (한국에서) 많이 지쳤고 김지영 선생(간호사)도 뻑 하면 캐나다 간다고 '협박'했다. 정경원 선생(임상강사)도 갈 데 있고…. 잘되더라도 한국에서 외상센터를 더 할 마음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미치는 것 같았다. 지금의 관심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외상외과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이 몇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반짝 유행에 그쳤다. 아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국내 외상 치료 체계의 실태는….

"석 선장은 내가 치료하는 환자 중 제일 중한 환자는 결코 아니다. 굳이 따지면 상위 30% 정도 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포함되는 환자들도 거의 살려낸다. 석 선장 같은 분들 살려내는 경우는 80% 넘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한 해 외상으로 죽는 환자가 4만 명이 넘는다. 군대로 치면 1개 사단급이다. 이건 전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40세 이전 환자의 사망원인 1위가 외상이다. 가슴이 아픈 건 대부분 어려운 사람들이 다친다는 것이다. 수술 들어가보면 손가락 없는 사람, 콩팥이 없는 사람도 많다. 살아나면 장애를 갖고서 다시 산업현장에 나간다는 것이다. 실제 당사자들의 사연을 옆에서 보면 정말 비참하고 눈물이 난다. 사실 그동안 언론이 별로 관심이 없었다."

―석 선장 치료를 시작한 이후 집에는 가 봤나.

"한 번도 못 갔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가나. 아마 석 선장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에야 가능할 것 같다."

이 교수는 1995년 아주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0년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대학병원과 영국 로열런던병원에 외상외과 연수를 다녀왔다. 현재는 아주대 의대 외상외과 부교수 겸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을 맡고 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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