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또…여수산단 정전사고, 책임 공방 못 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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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7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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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20여 업체 직·간접 피해

여수산단의 야경.
여수산단의 야경.
2006년과 2008년에 이어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또다시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석유화학 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돼 수백억 원대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정전 원인을 두고 과거처럼 한전과 산단 입주 업체 간 책임공방이 일 것으로 보인다.

17일 여수산단 내 기업들에 따르면 이날 정전 사고는 20분 만에 전기가 들어왔지만, GS칼텍스 1,2공장, 제일모직, LG화학, LG MMA, 남해화학, 삼남석유화학, 휴켐스, 에보닉카본블랙 등 20여 개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체들은 공장 정상화를 위해 긴급 복구에 나섰지만, 공장 재가동까지는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자칫 피해액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학업체 특성상 일단 공장이 셧다운(가동중단) 되면 파이프라인 내 화학물질이 굳거나 불완전 연소 등으로 제품화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라인 청소 등을 거쳐 정상 가동하기까지는 최소 2,3일이 걸리는 데다, 이 기간 연관업체 제품 공급도 연쇄적으로 중단돼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각 업체는 정전 직후 곧바로 예비 전력을 공급받았지만, 공장 시스템이 갑자기 멈추면서 각종 장치와 설비에 무리가 갔을 것으로 보고 공장 측은 시스템 점검 작업을 벌이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장치산업인 석유화학 공장의 특성상 공장 정상 가동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날 정전으로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현재 공장 시설 전반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있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력 공급 차질로 여수산단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경우는 이번뿐만 아니라 2006년 4월과 5월, 2008년 5월 두 차례 등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2006년 4월 사고 때에는 GS칼텍스와 LG화학 SM공장 등 5개 업체에서 공정이 중단돼 120억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고 2008년 5월 3일에는 정전으로 여천NCC와 한화석유화학 등 10개 업체의 공장 가동이 중단돼 수백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3일 뒤 또다시 여천 NCC 3공장 안에 있던 변압기가 폭발해 해당 공장과 원료를 공급받는 대림산업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아직 이날 정전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전 측은 여수화력에서 여수산단 내 변전소인 용성변전소로 가는 15만4000볼트 전압의 전력이 순간적으로 떨어졌다가 복구되는 과정에서 정전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력 광주전력관리처 순천전력소 관계자는 "저전압으로 모터에 부하가 일어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왜 저전압이 일어났는지, 그것이 추위 때문인지 등을 밝혀내려면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다"며 "이날 사고는 인재라기보다는 전기적 현상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한전이 관리하는 전기 선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전 원인을 두고 책임 공방도 일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당시 한전은 전력을 공급하는 한전 측의 설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일부 업체의 공장 내 송전선로 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일부 업체는 한전 측의 책임을 주장했었다.

정전이 한전의 책임으로 드러나면 업체들이 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로 여수산단 내 불완전한 전력 체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잦은 정전 사고에 대해 근원적 대책 마련과 함께 안정적인 전력 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산단 내 전력 공급은 여천변전소와 화치변전소, 용성변전소, 여수화력발전소, 호남화력발전소 등 5곳으로 이들 선로 가운데 단 한 곳에서 이상만 발생해도 전력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며 최악의 경우 산단 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

순천전력소 관계자는 "산단에 공급하는 전력 특성상 한 업체에 공급하는 전력이 다운될 경우 다른 업체로 공급되는 전력도 연쇄적으로 다운된다"며 "이중선로가 돼 있더라도 모터 단락으로 인한 정전을 막을 길은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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