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맞습니까… 변호사들이 꼬집은 ‘막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변호사회 3년째 법관평가… 하위 8명엔 자성 촉구 서신

“재판부에 증인 신청을 하니 ‘사람이 죽어서 억울한 게 아니라 돈이 적어서 억울한 것 아닌가요? 속기사가 없어서 증인은 못 받아줍니다’라고 했습니다.”(A 변호사)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멀리 경남의 현장까지 가보겠다고 증거조사 신청을 촉구하는 태도에 감명받았습니다.”(B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현)가 16일 발표한 2010년 법관평가결과에는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목격한 판사들의 행태가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회원 변호사 가운데 517명이 전국 법관 2550명을 평가한 결과와 우수 사례, 문제 사례를 공개했다.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77.73점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문제 사례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온 고압적인 태도와 ‘막말’이었다. 한 변호사는 “법정에서 옆자리 변호사들과 사건을 의논했더니 ‘수업하는데 왜 떠드나. 학교 다닐 때도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며 “재판 진행에 의문을 표시하자 ‘강의해 드리는 거니까 잘 들으세요’라면서 변호사를 학생 취급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변호사는 “사건 관계인에게 ‘잘났어 정말! 인간적으로 그렇게 살지 마라’고 모욕을 줬다”고 전했다. “이미 판결문이 쓰여 있다. 패소하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재판 결과를 노골적으로 예단하거나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듯한 태도도 나쁜 사례로 꼽혔다.

반면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말할 기회를 충분히 주고 사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내용을 전부 이해하는 모습은 ‘베스트 사례’로 꼽혔다. 한 변호사는 “100% 패소한 사건이지만 사건 장악력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진행은 재판 진행의 모범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 재판장으로 지난해 ‘키코(KIKO) 소송’ 등을 맡은 황적화 부장판사(55·사법시험 27회)는 3년 연속 우수 법관으로 뽑혔다. 또 임채웅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47·27회), 서울중앙지법 문영화 부장판사(47·여·28회)와 홍승면 부장판사(47·28회)는 2년 연속 우수 법관으로 선정됐다.

공정·청렴성, 품위·친절성, 직무성실성, 직무능력, 신속·적정성 등 5개 분야(분야별 배점 20점)로 평가해 종합점수 산출.
공정·청렴성, 품위·친절성, 직무성실성, 직무능력, 신속·적정성 등 5개 분야(분야별 배점 20점)로 평가해 종합점수 산출.
35점을 받은 서울 소재 법원의 J 판사는 3년 연속, 또 다른 J 판사와 K 판사는 2년 연속 점수가 낮은 하위 법관의 오명을 썼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들이 또다시 하위 법관으로 선정되면 이름을 공개하기로 했으며, 이번에 50점 미만을 받은 8명에게는 자성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낼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동아닷컴 인기화보 》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