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 해결 가산점 축소… 경찰 ‘여죄 덮어씌우기’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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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자백’ 무죄 선고 잇따라… 실적쌓기式 평가제 손질

최근 경찰이 해결한 절도 여죄 사건에 대해 법원이 잇달아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경찰의 범죄 ‘덮어씌우기’가 도마에 올랐다. 일선 경찰이 실적 경쟁에 내몰리면서 여죄를 덮어씌우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찰은 여죄를 밝혔을 때 주던 가산점을 하향 조정하는 등 형사활동 평가 계획을 대폭 손질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여죄는 경찰이 피의자를 검거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범죄를 말한다. 경찰은 그동안 가산점을 주는 등 여죄 추궁을 장려해 왔지만 이 과정에서 허위자백 강요 등 무리한 수사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수원지법은 6일 176건의 절도를 한 혐의로 구속된 뒤 보석으로 풀려난 길모 씨(32)의 항소심 공판에서 5건만의 절도 혐의를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히 경찰이 송치한 길 씨의 여죄 중에는 성남과 인천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10분 차를 두고 일어난 절도 범죄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서울북부지법도 지난해 말 절도범 2명의 여죄 40여 건에 대해 현장증거가 부족하고 피의자들이 법원에서 진술 내용을 부인하자 ‘허위자백’이라고 보고 무죄를 판결했다. 지난해 10월 수원지법은 44차례에 걸쳐 90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경찰이 송치한 양모 씨(21)와 김모 씨(19)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피의자의 자백을 토대로 해결했다고 하는 절도사건이 잇달아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은 경찰의 고질적인 ‘실적 경쟁’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일선 경찰관은 “여죄 사건 해결 건수에 따라 업무성과 평가에서 가산점을 주다 보니 미제(未濟) 사건 해결에 강한 유혹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여죄 가산점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부작용을 개선하기로 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경찰청의 ‘2011년도 형사활동 평가계획’에 따르면 지금까지 침입절도나 차량절도 등의 여죄를 해결할 경우 건당 2.5점(상한 20건)을 받던 여죄 해결 점수를 건당 1점으로 하향 조정했다. 또 20건 이상의 여죄를 밝혀내고 피의자가 구속까지 될 경우 주던 특별가산점(100점)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절도 여죄를 많이 캐낼 경우 최대 170점(기본점수 20점+여죄 해결 점수 50점+특별 가산점 100점)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40점(기본점수 20점+여죄 해결 점수 20점)이 최고 점수가 됐다. 또 피해품이나 족적 등 물증 없이 피의자 자백만으로 여죄 사건을 해결해 송치할 때는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가산점을 주지 않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고의로 여죄를 덮어씌우다가 적발될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등 엄격하게 죄 덮어씌우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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