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편지/김정훈]체벌 막다 약물남용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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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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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미국인이 아이들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친절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인이 가장 혐오하는 범죄를 들라고 하면 아동학대가 아닌가 싶다. 지인 중에는 자신의 아이에게 훈육을 목적으로 회초리를 들려다가 아이가 신고전화를 해서 경찰이 집에까지 왔던 웃지 못할 상황을 겪은 사람도 있다.

공립학교에서의 체벌은 20개 주에서 아직도 합법이지만 실질적으로 교실에서 체벌을 경험한 학생의 수는 적은 편이다. 과반의 학생이 체벌을 경험한 우리나라와는 대조된다. 그러면 다루기 어려운 학생을 미국에서는 체벌을 안 쓰고 어떻게 통제할까?

첫 번째 방법은 엄격한 교칙 준수와 선생님의 권한 보호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무교육 중인 학생을 퇴학시킬 수 없는 반면 미국에서는 학교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하면 정학과 퇴학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을 밀치거나 위협하는 행동을 한다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정학이나 퇴학이 가능하다.

이런 엄격한 교칙으로 학교는 보호할 수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학교에서 자퇴하거나 퇴학당하는 학생이 사회로 나가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으로 간다는 점은 공식처럼 된 지 오래다.

사실 미국의 많은 도시는 학생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지원하기보다는 청소년 범법자를 감옥에 가둬두는 데에 더 많은 돈을 쓴다. 소수인종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서 흑인남자를 예로 들면 감옥에 있는 수가 대학에 다니는 수보다 더 많다는 통계가 나왔을 정도이다. 물론 이 악순환의 시발점은 중고교에서의 자퇴와 퇴학이다.

둘째 방법은 주의가 산만하거나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상담교사에게 의뢰해서 심리검사 및 정신과적 진단을 받도록 추천하는 식이다. 이런 경우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혹은 반항성 도전장애(ODD)라는 진단이 많이 나온다. 정말로 이런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은 이런 과정의 수혜자가 될 수 있지만 문제는 학생을 더 쉽게 통제하고 싶은 유혹 때문에 이런 진단을 남용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로 미국 초중고교 학생의 약 10%라는 믿기지 않는 수가 ADHD 진단을 받았다고 보고되었다. 더욱 충격인 점은 600만 명에 가까운 ADHD 학생 중 60∼70%가 중추신경자극제와 같은 향정신성 약물을 처방받는다는 통계다.

정확히 진단된 ADHD엔 약물 치료가 핵심적이지만, 만약 ADHD로 오진된 상태에서 중추신경자극제를 아이에게 장기복용시킨다면 불면증이나 불안을 포함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약을 먹는 아이 자신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처방된 중추신경자극제에 중독된 부모나 친구에게 처방된 약을 남용하는 청소년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5∼15%의 미국 대학생이 중추신경자극제를 복용하고 공부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지난 30년간 ADHD라는 진단을 과용했다는 자각이 최근 일어나면서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의 심리진단을 의뢰하기 전에 1대1 지도나 특수교육을 일정 기간 이상 하도록 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체벌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대안이 미국과 같은 방식 즉 문제학생을 학교에서 쫓아내거나 아니면 정신과적 진단을 남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결과의 심각성에 대해 미리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고 학생을 선도할 수 있는 예방적이고 행동교정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정훈 미국 토머스제퍼슨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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