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앞바다 화물선 침몰… 1시간만에 15명 전원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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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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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강풍-한파 死線 넘어 ‘퍼펙트 구조’

불법조업 中어선 몰아내던 바로 그 해경함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0t급 경비함 3009함이 21일 오전 전남 신안군 흑산면 서북쪽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12척을 몰아내고 있다. 3009함은 26일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쪽 해상에서 화물선 항로페리2호가 침몰하자 긴급 출동해 승객들을 구조했다. 이 경비함은 올해 불법조업 중국 어선 45척을 나포해 해경 경비함 가운데 나포 실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신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불법조업 中어선 몰아내던 바로 그 해경함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0t급 경비함 3009함이 21일 오전 전남 신안군 흑산면 서북쪽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12척을 몰아내고 있다. 3009함은 26일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쪽 해상에서 화물선 항로페리2호가 침몰하자 긴급 출동해 승객들을 구조했다. 이 경비함은 올해 불법조업 중국 어선 45척을 나포해 해경 경비함 가운데 나포 실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신안=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6일 오전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쪽 15km 해상에서 495t급 화물선 항로페리2호가 4∼5m의 높은 파도로 침몰했다. 긴급 출동한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0t급 경비함 3009함이 고속단정 2척을 이용해 침몰하는 배에 있던 승객과 선원 9명을 구조하고 있다. 해경은 바다에 빠졌던 6명도 함께 구조했다. 이날 3009함은 사고 화물선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지 40여 분 만에 출동하는 신속함을 보여 인명피해 없이 구조작전을 마무리했다. 사진 제공 목포해양경찰서
26일 오전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쪽 15km 해상에서 495t급 화물선 항로페리2호가 4∼5m의 높은 파도로 침몰했다. 긴급 출동한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0t급 경비함 3009함이 고속단정 2척을 이용해 침몰하는 배에 있던 승객과 선원 9명을 구조하고 있다. 해경은 바다에 빠졌던 6명도 함께 구조했다. 이날 3009함은 사고 화물선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지 40여 분 만에 출동하는 신속함을 보여 인명피해 없이 구조작전을 마무리했다. 사진 제공 목포해양경찰서
26일 오전 9시 13분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쪽 15km 해상. 전남 목포선적 495t급 화물선 항로페리2호 김상용 선장(60)이 급박한 목소리로 단파통신기(VHF)를 통해 구조를 요청했다. 그는 “15명이 타고 있는데 파도가 너무 높아 좌초될 것 같다. 빨리 구조해 달라”고 절박하게 소리쳤다. 이 화물선은 이날 오전 6시 20분경 흑산면 가거도항을 출발해 목포항으로 가던 중이었다.

○ 화물차가 쏠리면서 전복

첫 구조요청 뒤 파도가 세차게 몰아치면서 항로페리2호에 2열로 실린 25t 화물차 1대와 5t 트럭 3대가 오른쪽으로 밀렸다. 화물차에는 양식 광어 먹이로 쓸 잡어가 실려 있었다. 화물차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선체는 서서히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해상에는 4, 5m 높이의 파도가 일어 화물선을 때렸다. 김 선장은 “언제 화물선이 침몰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반경 50km 안에 있는 선박들에 무조건 구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구조 요청이 전파를 타는 순간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9함(3000t)은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동북쪽 10여 km 해상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감시하고 있었다. 사고 해역에서 26km 떨어진 곳이었다. 김문홍 3009함장(52·경정·사진)은 단파통신기로 김 선장에게 위치를 알린 뒤 “서둘러 가겠다.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침착하게 기다리라”고 안심시켰다.

김 함장은 올해 3월 취역한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함인 3009함 엔진 4대를 모두 가동시켰다. 시속 50km(27노트)의 속력으로 질주했다. 김 함장은 “최고 시속 53km까지 낼 수 있지만 높은 파도와 초속 16m 안팎의 강풍이 고속 운항을 가로막았다”며 “파도와 강풍이 함정 옆을 때려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 등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고 전했다. 3009함은 평소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나포하면서 악천후 속에서 쌓은 경험이 많고 팀워크도 뛰어났다. 올해 불법조업 중국 어선 45척을 나포해 해경 경비함 가운데 나포 실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1일 오전 3009함이 신안군 흑산면 서북쪽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무허가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12척을 추격하는 장면을 동아일보가 촬영해 보도한 바 있다.
▶본보 23일자 A1면 참조
[단독/‘中어선 침몰’ 외교갈등 조짐]中선원 “EEZ 침범” 시인… 中정부 주장 거짓 드러나


○ 위험 무릅쓰고 15명 전원 구조

26일 오전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쪽 15km 해상에서 495t급 화물선 항로페리2호가 전복된 채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승객들이 뒤집힌 화물선의 밑바닥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고속단정이 긴급 출동해 화물선에 접근하고 있다. 사진 제공 목포해양경찰서
26일 오전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쪽 15km 해상에서 495t급 화물선 항로페리2호가 전복된 채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승객들이 뒤집힌 화물선의 밑바닥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고속단정이 긴급 출동해 화물선에 접근하고 있다. 사진 제공 목포해양경찰서
경비함이 40여 분 만에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30도 정도 기울었던 화물선은 서서히 오른쪽으로 돌며 전복됐다. 화물선에는 모두 15명이 타고 있었다. 겨울방학을 맞아 뭍으로 나가던 박소라 교사(28·여) 등 흑산중 가거도분교, 가거초등학교 교사 5명과 행정실 직원 1명, 중학생 1명을 비롯해 화물차 운전사 4명, 선장과 선원 3명 등이었다.

박 교사는 “경비함이 눈에 들어와 이젠 살았구나 했는데 1분도 지나지 않아 선체가 직각(90도)으로 섰다”며 “2층 갑판 난간에 매달려 있었는데 힘이 없어 곧바로 바다로 떨어졌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화물선이 전복되면서 박 교사 등 6명은 바다로 떨어졌다. 9명은 선체 난간에 매달려 있거나 전복된 배 밑바닥으로 올라왔다. 박 교사는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차가운 바닷물을 먹어 ‘이제는 죽는구나’ 하는 순간 고속단정에 탄 해경대원들이 구조해줬다”며 “몇 분만 늦게 도착했다면 모두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장은 “일부는 바다에 뛰어들고 일부는 난간에 매달려 있고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며 “경비함과 통신을 계속 해야 되기 때문에 전복 직전까지 조타실에 남아 있다가 갑판으로 나온 뒤 바다로 떨어졌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3009함은 승선자 전원을 무사히 구조한 뒤 저체온증에 시달리던 승객들을 함정 내 찜질방으로 옮겨 응급조치했다. 3009함은 이날 오후 1시 50분경 구조자를 목포항에 내려준 뒤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다시 가거도 해역으로 출항했다.

한편 목포해경은 화물차 운전사들이 배 안에서 화물차를 묶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선장 등을 불러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해경은 결박 장치를 하지 않고 운항한 것으로 드러나면 선장 등을 업무상 과실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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