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켤레에 날아간 20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일 14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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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발생한 경북 안동의 구제역으로 인한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도살처분 규모는 3일 낮 12시를 기준으로 이미 5만4000여 마리에 달해 4월 인천 강화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도살처분 규모(4만9874마리)를 넘어섰다.

이처럼 도살처분 규모가 늘어난 데는 사육 규모가 2만여 마리에 달하는 충남 보령의 돼지농가 2곳의 영향이 컸다. 이 농장은 지난달 26일 구제역 최초 발생지점인 안동 와룡면 서현양돈단지를 방문했던 수의사가 다음날 방문한 곳.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구제역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예방적 차원에서 도살처분을 결정했다.

문제는 이 농장의 규모가 큰 탓에 도살처분으로 인한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통상 돼지농장의 연간 출하규모가 사육규모의 1.5~2배에 달하고, 돼지 한 마리의 출하 가격이 5만 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당장 20억 원 가량의 연매출이 날아가 버린 셈이다. 그런데 구제역 의심 증상도 발생하지 않은 이 농장이 도살처분 대상에 포함된 것은 다름 아닌 신발 한 켤레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해당 수의사가 보령의 돼지농장을 방문하기 전 목욕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차량도 다른 차량을 이용하는 등 나름대로 방역을 했다"며 "문제는 최초 발생농장을 방문할 때 신었던 신발을 그대로 신고 갔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해당 농장으로부터 반경 3km 안에 15만 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관계자는 "신발로 인해 구제역이 발생할 것이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만에 하나 그로 인해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도저히 수습이 안 된다"며 "해당 농장의 규모가 워낙 큰 탓에 방역 당국 내에서도 도살처분 여부를 두고 이견이 있었지만 예방 차원에서 도살처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제역 바이러스의 전파력은 매우 높다. 바람을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사람의 옷, 사료, 차량의 바퀴 등을 타고 전파될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전파력이 높은 'O형'이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주말을 맞아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국민들에게 구제역 발생 지역은 물론 전국의 축산농가 방문을 아예 삼가줄 것을 당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근처에 간다고 설마 바이러스가 옮기겠느냐'는 생각이 축산농가는 물론 국가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급적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하는 것이 최선의 방역"이라고 말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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