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1000년 된 초조대장경 복원위해 1000년 세월견딜 韓紙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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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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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 한지 제조 김삼식 명장

국내 최고 품질의 한지를 만드는 김삼식 명장(오른쪽)과 아들 춘호 씨. 김 씨는 “고려대장경
이 문경 한지와 1000년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국내 최고 품질의 한지를 만드는 김삼식 명장(오른쪽)과 아들 춘호 씨. 김 씨는 “고려대장경 이 문경 한지와 1000년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장경을 새긴다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한지를 만들어야죠.” 경북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에서 전통 한지(韓紙)를 만드는 김삼식 명장(68·경북도 무형문화재)은 25일 “대장경 간행 1000년에 맞춰 만드는 한지여서 보람이 더 큰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대구시와 동화사(대구 팔공산에 있는 신라시대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고려대장경연구소가 추진하는 ‘고려초조대장경’ 복원용 한지를 공급하기로 계약하고 납품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시 등은 초조대장경 판각 1000년이 되는 내년에 이 대장경의 인쇄본을 최대한 복원할 계획이다.

초조대장경은 고려 현종 2년(1011)에 거란 침입을 불력(佛力)으로 막아내기 위해 동화사 말사인 대구 부인사를 중심으로 77년 동안 6000여 권의 경판에 판각한 고려 최초 대장경이다. 초조(初雕)는 처음 새긴 것이라는 뜻이며 대장경은 불경을 집대성한 경전을 가리킨다.

이 초조대장경은 1232년 몽골 침입 때 불에 탔다. 지금은 일부 인쇄본만 부인사와 일본에 남아 있다. 경판이 모두 불에 타는 바람에 1236년부터 대장경 판각을 다시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 합천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이다.

초조대장경 복원용으로 김 씨의 한지가 선정된 이유는 한지 제조 과정이 모두 전통 방식 그대로인 데다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김 씨의 한지는 지난해 문화재청의 조선왕조실록(국보 151호·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훼손 부분 복원에도 사용됐다.

그는 열 살 무렵부터 한지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60년 가까이 외길을 걷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재료인 닥나무도 직접 키워 사용할 정도로 고집스럽다. 아들 춘호 씨(36)가 10여 년 전부터 함께 만들고 있다.

김 장인은 자신의 ‘이름값’을 하려는 자부심이 강하다. 삼식(三植)을 ‘진실’ ‘양심’ ‘전통’ 등 세 가지를 심는다는 뜻으로 여긴다. 그는 “제대로 만든 한지는 1000년 이상 세월도 견딘다”며 “1000년 전 나라가 위태로워졌을 때 판각한 대장경이 문경 한지와 맺은 인연으로 오랫동안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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