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표 던지기엔 너무 먼 재외국민 투표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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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7배 베이징에 딱 1곳 설치… 모의선거 첫날 20% 참가

2012년 처음 실시되는 재외국민 투표를 앞두고 모의 투표가 14, 15일 이틀간 21개국 26개 도시에서 실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모의 선거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토대로 외교통상부 행정안전부 등과 협의해 개정 의견을 낼 방침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4일 첫날 총 1만991명의 모의 선거인단 가운데 2266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20.6%였다. 투표율이 낮은 가장 큰 원인은 투표소가 적기 때문. 약 8만 명의 교민이 사는 중국 베이징(北京)의 면적은 서울의 27배지만 투표소는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중국 당국이 공관이 아니면 투표소 설치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중국 8개 총영사관에 투표소를 설치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프랑스 파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멀리 지방에서 파리로 가야 하는데 교통비를 대줄 수 없느냐고 물어온 사람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많은 주(州)가 해외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우편이나 팩스, e메일을 이용한 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 동포들은 이런 점을 들며 복수 투표소 설치와 함께 우편투표 등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행 국내 선거법에 없는 우편이나 팩스, e메일을 이용한 투표를 재외국민에게만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나이 많은 재일교포 가운데는 한글 해독 능력이 떨어지는 유권자도 많아 후보 이름 등에 대해 한자를 함께 써 줄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특별영주권자에게는 외국인 등록부(한국의 주민등록등본)를 제출하도록 하는데 이를 항상 휴대하는 외국인 등록증(한국의 주민등록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선관위는 일본이나 미국의 2, 3세대 재외국민을 위해 각종 홍보 자료를 영어나 일본어로 제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선관위는 여권번호, 생년월일, 부모 성명, 국내 최종 주소지 등 유권자 필수 정보를 잘못 기록해 선거인 명부 확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투표 신청자의 필수정보를 공관에서 사전에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해외 선거 관리는 소수의 선관위 직원만 파견하고 나머지는 해외 공관 외교관과 직원이 맡다 보니 업무 과중으로 인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재외국민 투표로 인해 교민사회가 정치화되고 분열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존의 각종 친목단체나 향우회가 투표 과정에서 정치에 휘둘릴 우려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14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모의 선거를 지켜본 양승태 중앙선관위원장은 “정치적 의견 차이로 동포사회에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라며 “재외국민 선거가 해외동포 사회의 분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와 달리 정당이나 특정 단체들이 선거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러도 해외 교민은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것도 맹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주권이 미치지 않는 외국은 선거법 위반 처벌 등 권한 행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해외동포 스스로 선거가 과열되지 않고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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