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못생긴 사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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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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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 비료 안 쓰고 새들이 수확량 절반을 쪼아 먹었지만…

장성군 평산리 과수원, 담백한 자연의 맛 호평
전국서 ‘기적의 사과’ 문의

전춘섭 씨가 전남 장성군 남면 평산리 자신의 과수원에서 기적의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전 씨는 8일 사과 수확을 끝마쳤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춘섭 씨가 전남 장성군 남면 평산리 자신의 과수원에서 기적의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전 씨는 8일 사과 수확을 끝마쳤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사과 절반 정도를 새들이 쪼아 먹었습니다. 그게 자연의 순리입니다.”

8일 전남 장성군 남면 평산리 8200m²(약 2500평) 면적 과수원에는 사과나무 720그루가 서 있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잎이 떨어졌지만 나무마다 사과가 조금씩 열려 있었다. 전춘섭 씨(72) 부부가 손으로 가지를 비틀어 일일이 사과를 땄다. 이 사과는 농약이나 비료를 전혀 쓰지 않아 ‘기적의 사과’로 불린다. 사과는 볼품이 없지만 담백한 자연의 맛을 지녔다.

지난해 기적의 사과 4100개를 처음 수확했지만 올해는 1만3000개가 열렸다. 하지만 6000∼7000개를 새들이 쪼아 먹었다. 전 씨는 사과나무 위에 유해조수 접근을 차단하는 망을 치지 않는다. 전 씨는 “새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최대한 빛을 많이 쐴 수 있도록 자연 상태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씨는 농약을 쓰지 않고 손으로 해충을 잡는다. 비료나 퇴비, 친환경 제제조차 사용하지 않고 사과나무 아래 자라는 호밀, 알팔파 등 풀들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농약과 비료를 쓴 같은 수령의 사과나무에 비해 수확량이 20% 수준이다. 새들이 쪼아 먹은 것을 감안하면 10% 정도로 떨어진다.

기적의 사과 수확 철이 되자 전국 각지에서 하루 한 통꼴로 구입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기적의 사과를 맛보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을 포함해 암이나 피부질환자들이 먹고 싶어 한다는 것. 하지만 아직 수확량이 적어 일반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평생 농사를 짓다가 1990년부터 유기농법을 시작한 전 씨는 기적의 사과로 대변되는 자연재배 농법의 정점을 찍어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다. 전 씨는 “내년에는 기적의 사과가 더 많이 열릴 것”이라며 “생명을 지키는 농사꾼의 자존심을 이 사과밭에서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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