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우리동네 디자인엔 주민들이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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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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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청석길 주민들이 최근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 ‘청석길 반상회’에서 김영종 종로구청장과 골목 디자인 방안을 토의하고 있다. 청석길에 있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반상회 결과에 따라 진흥원 건물 옥상(오른쪽)에 텃밭을 마련하고 채소를 심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 종로구 청석길 주민들이 최근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린 ‘청석길 반상회’에서 김영종 종로구청장과 골목 디자인 방안을 토의하고 있다. 청석길에 있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반상회 결과에 따라 진흥원 건물 옥상(오른쪽)에 텃밭을 마련하고 채소를 심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아리수갤러리 쪽 빈 땅의 전신주와 주차장 담은 철거하고 주차장 1, 2면은 텃밭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사동 홍보관은 청석길 쪽 벽을 철거하고 솟을대문을 세워 골목의 상징으로 만드는 게 어떨까요?”

최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오간 대화다. 자리에 모인 것은 구 공무원이나 도시설계위원들이 아니라 인사동 부진입로인 ‘청석길’ 주민 9명이다. 주민들이 “우리 동네를 이렇게 바꾸자”고 변화를 기획하며 ‘동네 경영’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청석길(조계사 템플스테이∼인사동길)에는 갤러리가 여럿 있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인사동 홍보관 등이 있어 문화 공간이 전체 18개 건물의 절반 이상이다. 술집과 국적불명의 관광기념품 판매점이 늘어가는 인사동에서 그나마 문화의 향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오래된 골목이 으레 그렇듯 쓰레기, 화단 관리, 주차장, 도로 포장, 미관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 “골목길 디자인 주민이 한다”


“저희는 건물 앞 자갈밭에 작은 정원을 만들게요. 2층 베란다도 녹지로 가꿀 거예요.”(토포하우스) “저희는 인사마당 주차장 쪽 펜스를 넝쿨식물로 대체하고 대나무를 심을게요.”(아리수, K갤러리)

건물주 등 이곳 주민들은 4월 ‘청석길 반상회’를 만들어 대안을 모색해 왔다. 이들은 8회에 걸친 회의로 개혁 방안을 찾아나서 ‘특색이 있는 골목 녹화’와 ‘도시 농업’으로 골목을 새로 디자인하자는 결론을 냈다. 골목 자투리 공간에는 특성별로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고유 수종을 심기로 했다. 최근 건물 옥상에 채소밭을 마련한 최정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이 “각 건물주가 할 일, 공동 공간에 대한 계획, 구에 요청할 부분으로 나눠 논의하자”며 회의를 정리했다.

“구가 큰 계획은 세울 수 있어도 세세한 것은 주민들이 하셔야 합니다. 동네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동네 주민이잖아요. 박수를 받으실 일입니다.”

반상회 자리에 방문한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말했다. 김 구청장은 주민들의 제안을 받아들어 골목 디자인에 대한 설계용역 예산을 마련했다. 기존 공영주차장 용지 1, 2면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텃밭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받아들였다. 주민들은 이 텃밭 등에서 공동으로 가꾼 친환경 채소를 시민에게 파는 소규모의 ‘파머스 마켓’도 마련할 생각이다.

○ 동네 ‘스토리텔링’ 사업도 추진해

“우리 동네에서 유명한 거? 황학동 도깨비시장이 젤로 유명하제!”

“만담가 장소팔도 황학동에서 활동했잖아!”

14일 서울 중구 신당동 주민자치회관에서는 주민자치위원장, 동장, 주민 등 10여 명이 볼펜과 형형색색의 스티커를 손에 쥔 채 황학동의 ‘명물’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우리 동네 자원’이라고 적힌 대형 지도 곁에서 동네 자연 자원, 역사 문화 인적 자원 등 5개 분야의 동네 자랑을 지도에 표시했다.

동네에서 추진할 사업을 주민들이 스스로 선정하는 중구의 ‘마을 케어 동고동락(同GO洞樂)’ 워크숍 현장이다. 주민들이 ‘공동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동네만의 장점을 분석한 뒤 내년도 사업으로 발전시키게 된다. 회현동, 명동, 신당동, 장충동 등 중구 내 6개 동 주민들과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가 함께한다. 이날 주민들은 ‘마을 상상 스토리게임’을 하며 잡지에서 무작위로 찢은 사진을 재배열해 30년 후 동네 모습을 만들었다. 장충동의 한 주민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의 사진을 들고 “장충동 족발 맛에 반해 30년 후 장충족발 홍보대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북구도 주민들이 성북동 정릉동 등 3곳의 개발, 정비사업의 세부 내용을 기획하는 ‘도시아카데미’를 21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김화전 중구 자치운영팀장은 “예전에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요즘은 처음부터 직접 주민들이 사업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주민자치가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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