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제 30여년만에 폐지…반발 잠재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5일 16시 24분


코멘트

법적 지위 부여 진일보, 구체적 권리는 모호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25일 대학 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처우 개선안을 내놔 시간강사 제도가 30여년 만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하고 연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통과만 된다면 이르면 내년부터라도 시간강사들에게 법적인 교원 지위가 부여된다.

●시간강사 현황은=고학력자임에도 일명 '보따리장수'로 불리는 불안한 신분 탓에 이 대학 저 대학을 전전하는 시간강사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조선대에 나가던 한 시간강사가 열악한 처우 등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간강사 처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전국 대학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시간강사는 약 7만명이며 그 중 전업 시간강사가 4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학기 단위 계약 비율이 88%에 달할 만큼 고용이 불안정하고 시간당 강의료는 평균 3만5000원(최저 1만3000원~최고 9만7000원)으로 전임강사 보수에 견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주 9시간 기준의 평균 연봉은 1012만원으로 도시 근로자 최저 생계비(1600만원, 올해 4인 가족 기준)에도 못 미친다.

4대 보험 가입률도 국민연금 6%, 건강보험 2.6%, 고용보험 50.4%, 산재보험 72.6% 등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등교육법 제14조에 규정돼 있는 교원의 범위(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에는 시간강사가 빠져 있어 연구실, 연구비 등을 지원받을 수 없고 강좌개설을 비롯한 학사 운영에 참여할 수도 없었다.

●개선안 내용은=교과부는 기간제 강의 전담교수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마련, 지난 7월 입법예고했다.

교원의 범위에 일정 기간(1~5년)을 정해 강의만 하는 '기간제 강의전담교수'라는 것을 신설해 시간강사를 강의전담교수로 전환해 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기간제'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붙어 있는 데다 전체가 아닌 일부 시간강사만 강의전담교수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교수노조 등은 '대학판 비정규직법'이라며 반대했다.

처우 개선책이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사통위가 교과부 입법안을 수정해 이번에 다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당초 교과부 안이 교원의 범주에 기간제 강의전담교수를 포함하는 것이었다면 사통위 안은 아예 강사라는 명칭을 법안에 넣자는 내용이다.

또 교과부 안은 시간강사 중 일부를 강의전담교수로 전환하려는 것인데 비해 사통위 안은 시간강사 전체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렇게 되면 시간강사 제도는 1977년 10월 교육법 개정 이후 30여년 만에 없어지게 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원 지위를 부여받으면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고 공정한 채용,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의 편성권도 갖는 등 지금과 처우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강사들은 이번 방안도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김상목 사무차장은 "법적 지위를 준다는 것은 분명히 진일보한 조치이지만 구체적 권리나 지위는 여전히 모호하다"며 "대책회의를 열어 노조의 공식입장과 앞으로 대응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