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남한산성 행궁, 복원공사 마치고 24일 준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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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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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 비극의 현장, 100년만에 되살리다

남한산성 행궁 복원사업이 착공 10년 만에 마무리됐다. 사진 속 가운데 큰 기와건물(외행전)과 앞쪽이 이번에 복원된 하궐이고, 뒤쪽이 상궐이다. 오른쪽 위에 있는 건물들이 종묘를 모신 좌전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남한산성 행궁 복원사업이 착공 10년 만에 마무리됐다. 사진 속 가운데 큰 기와건물(외행전)과 앞쪽이 이번에 복원된 하궐이고, 뒤쪽이 상궐이다. 오른쪽 위에 있는 건물들이 종묘를 모신 좌전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4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남한산성은 여전히 ‘치욕’의 이미지가 강하다. 병자호란 때 조선 인조가 ‘오랑캐’에게 머리를 조아린 굴욕의 역사는 이후 작가 김훈의 소설과 동명뮤지컬에서 그대로 재연됐다. 19세기 말에는 일제에 맞선 의병들의 본거지였다가 파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굴곡진 역사의 현장인 남한산성 내 행궁이 일제에 의해 파괴된 지 100여 년 만에 제 모습을 찾았다. 경기도가 남한산성 복원을 위한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한 지 12년,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 10년간 203억 원 투입

1623년 광해군이 폐위된 뒤 왕위에 오른 인조는 유사시 왕실 피난처를 마련하기로 한다. 바로 남한산성이다. 인조는 1624년 산성 축조를 시작했고 이듬해 행궁이 완공됐다. 인조는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대에 맞서 47일간 이곳에서 버티다 결국 삼전도에서 항복했다. 이후 19세기 말에는 의병항쟁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07년 결국 일제에 의해 행궁 등 대부분의 문화유산이 완전히 파괴됐다.

행궁 복원은 남한산성의 상징적인 공간이 온전한 모습을 되찾았다는 의미가 있다. 전체 252.5칸 가운데 임금의 거처가 있는 상궐 72.5칸은 2002년 10월 복원됐다. 이어 2004년 8월에는 종묘를 모신 좌전 26칸이 복원됐다. 마지막으로 이달 임금과 신하들이 정사를 논하던 하궐 154칸이 모두 완공됐다. 10년에 걸친 공사에 투입된 금액은 약 203억 원에 이른다. 특히 하궐 복원 과정에서 통일신라시대 기와 등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이를 통해 남한산성이 나당전쟁 때 당나라를 축출하는 전진기지였음이 새롭게 밝혀지기도 했다.

복원된 행궁의 각 건물에는 경보기능을 갖춘 첨단 경관조명이 설치됐다. 평소에는 그냥 밝은 조명을 비추다가 불이 나거나 외부인이 침입하면 붉은 조명이 깜빡이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직원뿐 아니라 주변 마을 주민과 상인들로 이뤄진 감시대원들이 즉각 출동하게 된다.

○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청신호’

올 1월 남한산성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정식 등재를 위한 자격을 갖춘 것이다. 이번 복원도 유네스코 기준을 철저히 따랐다. 고문헌과 옛 사진 등의 자료를 철저히 검증해 설계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원래 석재를 수습해 하나씩 위치를 확인한 뒤 재사용했다. 실제로 행궁 정문인 한남루 기둥 등 색이 어둡거나 모서리가 둥근 석재는 대부분 축조 당시에 쓰인 것들이다.

준공식은 24일 오전 10시 한남루에서 진행된다. 제막식과 입궁식 등이 전통양식에 맞춰 열린다. 복원과정 전시와 산성 주민들의 축하행사도 펼쳐질 예정이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행궁 복원에 맞춰 임시로 행궁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식 개방은 단청공사와 안내시설물 설치 등이 끝나는 내년 하반기(7∼12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경기도는 남한산성 주변 유적지 복원과 한옥 개량, 역사전시관 건립, 추모공원 등 2018년까지 단계별로 복원 및 관광지 조성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노현균 문화재영향성 검토위원은 “발굴된 석재의 형태와 쓰임새에 최대한 맞춰서 복원이 이뤄졌다”며 “행궁 복원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충족됐다”고 말했다. 문의 031-777-7500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촬영=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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