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동 땅 소송사기 사건’ 30여년만에 재심

동아일보 입력 2010-09-19 08:34수정 2010-09-1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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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당시 판결은 불법체포·직권남용에 기초" 1960년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 조성을 위해 실시된 토지 강제수용에 반발해 제기된 소유권 소송에서 증언한 공무원 등을 사기나 위증죄 등으로 처벌한 '구로동 땅 소송사기' 사건의 재판이 30여 년 만에 다시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권태형 판사는 고(故) 한동휘 씨 등 구로동 땅 소송사기 사건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된 21명의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소송사기 사건을 조사하던 검사 및 수사관이 한씨 등을 강제로 연행해 구치소와 호텔, 경찰서 등에 48시간 이상 불법 구금했고 가족이나 변호사의 접견을 제한했으며 협박으로 소 취하와 권리 포기를 강요했던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당시 형법이 정한 직권남용이나 불법체포, 불법감금, 타인의 권리행사 방해 등에 해당하는 범죄이며 결국 재심대상 판결의 기초가 되는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이 직무에 관한 죄를 저질렀음이 증명됐다고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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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에서 농사를 짓던 김모 씨 등은 서울시가 구로공단을 조성하면서 1961년부터 일대에 간이주택 등을 지어 토지를 분양하자 소유권을 주장하며 9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이 일부 재판에서 이들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검찰은 경기도 농지국 직원이던 한씨 등을 위증 혐의로 구속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한씨를 비롯한 피고인은 1974¤1979년 사기나 위증, 사기미수, 공정증서원본 불실기재, 불실기재 공정증서원본 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확정됐고 이 과정에서 다수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소유권 소송을 포기했으며 일부 피고인은 170일 이상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현재 피고인 대부분은 고령 등으로 사망한 상태이고 앞서 유족과 일부 생존자가진실규명을 신청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7월 "국가가 중앙정보부와 검찰 등 공권력을 동원해민사소송에서 증언한 공무원 등을 소송사기 위증죄 등으로 처벌하고 이미 패소했거나 진행 중인 민사사건을 국가 승소로 이끈 것"이라며 "국가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법원도 올해 7월22일 '국가가 토지를 얻으려고 불법구금 등으로 소 취하를 강요했으며 공권력 남용이 정의 관념에 비춰 묵과할 수 없을 정도'라는 취지로 김씨 등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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