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됨됨이 좋은 인재가 좋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07 03:00수정 2010-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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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외고·과고, 대학…진실한 인성 후한 점수
면접관과 입학사정관은 어떻게 지원자의 인성을 꿰뚫어볼까. 이들은 “단기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나 면접대비반으로 학습된 인성인지 진짜인지를 다각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서울대 사범대학 교육연수원에서 진행된 ‘입학사정관 양성과정 수업’의 모의면접 모습. 한 고등학생이 수업을 듣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청소년의 거침없는 욕설, 예의 없음, 도덕성 및 가치관의 부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나쁜 언행의 수위가 높아지고 어른에 대한 예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과거 일부 문제아에게 보였던 행동들이 점차 전체 학생에게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상위권인 자녀의 입에서 나오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듣고 학부모가 충격을 받거나 학급 회장이 교사에게 대드는 상황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들은 ‘인성(人性) 검증’을 두고 비상이 걸렸다. 공부는 잘하지만 기본적인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이 진학할 경우 면학분위기를 흐리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신나는 공부’는 ‘인성이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심층기획을 마련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에선 중간·기말고사가 끝나면 교무실이 북적댄다. 서술형평가에서 자신의 점수가 깎였다며 교사에게 항의하는 학생들 때문이다. 채점기준표가 공개됐고 4명의 교과 담당교사가 돌아가며 평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교사에게 “내 점수가 왜 깎였느냐”며 대드는 상위권 학생이 부지기수다. 한 학생이 “선생님을 교육청에 고발하겠다”며 언성을 높였던 사례도 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주부 이모 씨(40·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공부는 잘 해도 점수에 지나치게 예민하고 어른에 대한 예의가 없는 학생이 많다”면서 “교사에게 대책 없이 대들고 소리 지르는 학생들이 인성면접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인성,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다

최근 국제중, 외국어고, 과학고, 대학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학생의 인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공부만 잘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인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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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기록부, 추천서, 비교과 활동, 면접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학생의 인성을 평가한다. △가치관 △예절의식 △공동체 의식 △인화성 △책임감 △협동심 등이 주요 평가요소. 이런 요소들은 학생이 학교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 교사나 친구와 원만한 관계 속에서 성실하게 수학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지표가 된다.

입학사정관, 면접관은 어떻게 지원자의 인성을 꿰뚫어 평가할까. 인성평가가 입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서울 대치동 일대의 국제중, 외국어고 대비 면접학원에선 인성면접에 관한 소문이 돌고 있다. 한 국제중에서 인성면접을 위해 합숙 장소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학생들의 행동을 체크했다는 것. 예를 들어 전체모임 후 학생들에게 강당에 있는 의자를 접어서 정리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잘 실행하는지를 녹화된 자료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학원 면접 대비 특강에선 “언제 어디서 인성을 평가하고 있을지 모르니 지나갈 때 보이는 쓰레기도 꼭 주우라”고 지도한다.

국어, 영어, 수학 점수처럼 객관화하기 어려운 인성을 과연 어떻게 평가할까. 입학담당자들은 입을 모아 “학교생활기록부, 집단토의, 개별면접, 추천서 등을 다각도로 종합해 인성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인성교육프로그램이나 사교육의 면접대비반의 효과가 평가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한 ‘면접만 잘 보면 된다’는 학부모들의 생각과 평가자의 입장은 달랐다.

영훈국제중은 올해 서류 전형으로만 학생을 선발한다. 이중 교과학습발달상황(성적)이 50%, 추천서가 30%를 차지하고 학습계획서 15%, 출석 및 봉사활동이 5%를 차지한다.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만큼 지원자의 성적, 출석, 봉사점수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차이는 추천서에서 나타난다.

곽상경 영훈국제중 자문교수는 “면접전형이 없기 때문에 학교는 추천서를 통해 건강하고 바른 인성을 가진 학생인지, 타인을 배려하는 학생인지를 가늠한다”면서 “다른 것에 변별력이 적은 만큼 교사의 추천서가 매우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 잘 써준 추천서? 사정관은 척보면 안다!

추천서는 누구나 잘 써준다? 이 또한 학부모의 오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지원자의 소속 학교가 입시 실적을 높이기 위해 무조건 긍정적인 방향으로 추천서를 써준다고 생각하지만, 평가자의 생각은 달랐다. 추천서의 미묘한 차이를 읽어내는 것이 평가자의 몫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사는 “평소 행동이 바르고 됨됨이가 좋은 학생은 같은 추천서를 쓰더라도 품성이 좋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가 탄탄하게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민 한국외국어대 입학사정관은 “똑같아 보이는 추천서 속에서 사정관들은 교사가 이 학생을 정말 좋은 학생이라고 생각하는지, 그저 추천을 위한 추천서인지를 분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학교생활에서의 태도가 추천서로 이어지고 입시와도 직결되는 것.

면접은 인성을 평가할 수 있는 결정적이면서 중요한 전형이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의 경우 더욱 그렇다.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학생 간 조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는 집단토의 전형을 실시했다. 토의주제는 인성과 관련 없지만 평가자는 토의 진행 과정을 통해 학생의 인성을 평가했다. 토의과정에선 공격적인 어투로 발언하거나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등 부정적인 인상을 준 학생이 있었다.

강경래 용인외고 입학관리부장은 “집단토의나 면접을 보면 기숙사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학생들이 눈에 띈다”면서 “이 경우 성적이 뛰어나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 입시에서 면접관은 나이가 많은 교수가 직접 참여하는 만큼 인성평가에 있어 기본적인 예의가 중시된다. 긴장된 가운데 평소 부적절한 언어습관이 튀어나온다거나 실수를 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도 면접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김창민 입학사정관은 “면접에서 실수를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다음에 보이는 행동에 평가자는 주목한다”고 말했다. 실수를 바로잡고 넘어가는지,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은근슬쩍 위기를 모면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인정하면서 상황을 수습하는지 등을 관찰하면 지원자의 인성과 도덕성을 평가할 수 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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