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2011高入변화+2014수능개편…전전긍긍 中3 새 돌파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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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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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변별력 낮아지면 입학사정관제 영향 커져
면접·토론·봉사활동 등 ‘유리한 전략’ 찾기 고심

고교 선택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2014학년도 수능 개편 방안이 발표되자 두 변화를 동시에 겪게 될 중3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이 깊어졌다. 사진은 26일 동아일보와 ㈜하늘교육이 공동 주최한 ‘특목고 판도 예측 및 고교 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의 모습. 사진 제공 ㈜하늘교육
고교 선택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2014학년도 수능 개편 방안이 발표되자 두 변화를 동시에 겪게 될 중3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이 깊어졌다. 사진은 26일 동아일보와 ㈜하늘교육이 공동 주최한 ‘특목고 판도 예측 및 고교 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의 모습. 사진 제공 ㈜하늘교육
《중학교 3학년 박모 군(15·경기 성남시 분당구)은 고교 선택과 관련해 고민이 많다. 2학년 때까지 과학고를 목표로 각종 올림피아드와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쌓아왔던 박 군. 올해부터 과학고 입시가 ‘자기주도 학습전형’으로 바뀌면서 수학·과학 수상실적이 전혀 반영되지 않게 되자 합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에 마음이 흔들렸다.

올 6월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용인외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자 박 군과 어머니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용인외고에서 자연과학계열을 선택해 공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들은 다시 고민에 휩싸였다. 201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방안 때문이다. 학생들의 수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능 난도를 낮춘다면 수능의 변별력은 떨어지기 마련. 이에 따라 수능 비중이 약화되고 수시 모집이 크게 늘 것이라는 예측이다.

박 군의 어머니는 “대학별고사가 어려워지면 심화서술형 문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수업하는 과학고가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군은 “9월에 당장 과학고 원서접수가 시작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고입, 대입이 모두 바뀌는 중3은 이리저리 쫓아다니다가 끝날 운명인 것만 같다”고 하소연했다.》
‘실험쥐가 된 중3.’ 고교 입시와 수능 개편을 동시에 맞게 된 중학교 3학년과 학부모 사이에 떠도는 말이다. 최근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의 ‘수능시험 개편 방안’ 발표에 따라 바뀐 수능을 첫해 치르게 되는 중3들은 혼란스럽다.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이 국어, 영어, 수학으로 바뀌고 최대 네 과목을 치르던 탐구영역은 한 과목으로 줄었다. 국어, 영어, 수학은 A, B 유형 중 선택할 수 있다.

중3은 2011학년도부터 대폭 바뀌는 고교 입시를 치르는 첫 대상자이기도하다. 올해 고교 입시부터 적용되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는 분주한 여름을 보냈다.

수능은 아직 먼 얘기다? 과학고,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등에서 단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의 생각은 다르다. 학습 로드맵의 최종 관문은 대입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철저히 대입을 염두에 두고 고교를 선택한다. 어떤 고교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대학 합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월부터 시작되는 특목고 원서접수를 앞두고 고민하는 중3과 학부모들을 만나봤다. 고입과 대입이 긴밀하게 맞물린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중3 아들을 둔 학부모 이모 씨(40·여·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이번 수능 개편 발표 후 아들의 진로를 외국어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틀어야 할까 고민이다. 아들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길 원한다. 이 씨의 망설임은 외고 입시가 영어 내신 성적과 면접만으로 이뤄진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예전처럼 까다롭게 학생을 선발하지 않기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이 몰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

이 씨는 “학생들의 (성적)스펙트럼이 넓어지면 외고가 지금과 같은 높은 수업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망설임엔 이번 수능 개편안도 한몫 했다. 제2외국어가 수능에서 배제되거나 축소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과거 탐구영역 중 한 과목을 제2외국어로 대체할 수 있던 외고생의 이점이 사라졌다.

여기에 자율고는 교육과정을 일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수능 준비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지만 외국어고는 상대적으로 외국어 수업시간이 많아 수능 준비에 미흡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이 씨의 판단이다. 이 씨는 “개편안이 발표된 날 아들이 ‘엄마 이게 나를 위해 잘 된 거예요, 아닌 거예요?’라고 묻는데 해줄 말이 없었다”면서 “이런 발표가 날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개편방안이 중3의 고입 선택을 직전에 두고 발표되자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특목고나 자율고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학교별 전형을 대비했다. 개학 직후 중학교에선 특목고나 자율고 지원자를 파악해 교장과 교사의 추천서 등을 준비한다.

하장범 ㈜타임교육 중장기학습플랜연구소 소장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되고 이 전형에선 진로설정이 중요한 만큼 요즘 학생과 학부모는 중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로드맵의 마지막 지표가 대입과 수능인데 지표가 변하니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고교선택에 대한 고민이 적은 학생과 학부모는 비교과활동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미리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에 활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만들기에 나선 것.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3학년 담당교사는 “대입 수시 확대 경향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개편안이 나오자 수능이 무기력해질 것이라는 학부모의 판단이 굳어진 것 같다”면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비하려는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봉사활동이나 특기적성반 등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고교와 대입 전반에서 면접, 토론, 논술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지난 방학 때 서울 대치동 일대에선 면접과 논술 대비 특강이 성행했다. 외국어고 면접을 대비하는 일부 특강은 2주 수업에 수업료가 14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중3 딸을 둔 주부 정모 씨(43·서울 양천구 목동)는 또 다른 고민을 호소했다. 수능을 두 번 치르게 되는 첫해인만큼 전년도 수험생이 재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정 씨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얻지 못한 학생들이 한 해만 재수하면 두 번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생각에 재수를 많이 선택할 것 같다”면서 “우리 딸이 시험 보는 시기에 경쟁자가 느는 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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