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3개 자율고 첫학기 만족도 ‘3.01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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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교생 2만613명 조사… 일반고 2.86점보다 높아

자율고는 태어나기 전부터 일반계고보다 등록금이 3배 비싼 ‘귀족학교’ 꼬리표를 달았다. 가뜩이나 과열된 고입 사교육을 자율고가 부채질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교육 당국은 귀족 학교로 흐르지 않도록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라는 완충제를 마련하고, 사교육비 폭등을 막기 위해 추첨제를 도입했지만 반대의 목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자율고가 걸음마를 시작하자 논란은 잦아들었다.

자율고에서 한 학기를 보낸 학생들 반응은 ‘보통 이상’이었다. 입시업체 진학사는 전국 1479개 고교 재학생 및 졸업생 2만613명을 대상으로 △학교환경 △교과 외 활동 △고교(생활)만족도 △학력수준 등 4가지 지표로 만족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서울지역 13개 자율고 만족도는 평균 3.01점(5점 만점)으로 일반계고 평균(2.86점)보다 높았다.

울산에서 서울 중앙고로 진학한 서상우 군(16)은 “공부하는 이유를 잘 몰랐는데 각 분야 전문가 선배들을 멘터로 두고 공부하니까 목표가 더욱 분명해지는 느낌”이라며 “(재단이 같은) 고려대와의 연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학부모 A 씨는 “학교에서 밤늦게까지 책임지고 공부를 시켜 주니까 믿음이 가고 사교육비 부담도 줄었다”고 전했다.

자율고 일반전형에는 중학교 내신 상위 50% 이내에 드는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실제 입시 결과 상위 25∼30%에 드는 학생이 모였다. 교사들은 “성적이 고른 학생들이 들어오면서 아이들이 수업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며 “업무 부담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더 신나게 가르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자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학부모 B 씨는 “등록금은 3배나 되는데 정규 수업 시간은 일반계고하고 딱 두 시간만 다르다”며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라 믿고 애를 보냈는데 후회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율고들은 “모든 고교에서 1학년은 ‘국민 공통 교육 과정’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옥식 한가람고 교장은 “아이들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을 만들려고 해도 2, 3학년에 대해서는 자율권이 없어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학년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2, 3학년이 함께 있기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2, 3학년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소위 ‘에이스 교사’를 1학년 수업에만 집중 투입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입시에서 자율고는 최상위권 학생을 두고 특목고와 경쟁했다. 지난해부터 전기 고교 입시 지원 기회가 한 번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입시 성과’가 검증된 특목고를 선호했다.

A자율고 교감은 “예년보다 우수한 학생이 많이 들어왔지만 특목고에서 탈락한 최상위권은 일반계고로 진학했다”고 전했다.

‘사교육 트라이앵글’ 중 유일하게 자율고가 없는 서울 노원구 지역 사립고들이 자율고로의 전환을 꺼리는 것도 우수 학생 유치 때문이다. 이 지역 B고 교감은 “(인근 강북구 소재 자율고인) 신일고에 우수 학생을 많이 빼앗길 것으로 봤지만 올해 배정받은 자원이 예년하고 큰 차이가 없었다”며 “지금도 좋은 학생을 고르게 나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틀을 깨는 게 옳은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사립고는 전·후기로만 구분된 고교 입시를 ‘가’ ‘나’ ‘다’군으로 나눌 수 있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일반계고 입시에 앞서 우수 학생을 선점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C자율고 교장은 “3년 후 입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율고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상위권 유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게 솔직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미향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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