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존을 향해/2부]<6>“국내 국제학교 확대 등 조기유학 줄일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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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만 좋으면 된다는 인식도 버려야”

2년차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 씨(28·여)는 지난해 서울 강남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고 가서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영어로 교사나 친구의 흉을 볼 정도로 능숙했던 것. 대부분은 영어권 국가로 조기유학을 다녀온 아이였다. 김 씨는 “아이들 사이에서 영어를 못하면 무시당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초중고교 조기유학생은 2002학년도에 처음 1만 명을 돌파한 이후 계속 증가해 이제는 한 해 2만7000여 명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조기유학에는 학생 1인당 연간 학비와 생활비를 합해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이상이 든다.

말레이시아 홍콩 태국 등 일부 동남아 국가의 국제학교는 학비가 영미권의 절반 수준이라 이를 무기로 한국 조기유학생을 유치하기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로 가는 조기유학생은 19.5%로 미국(32.1%)에 이어 두 번째다. 필리핀의 한 유명 국제학교는 한국 학생 비율이 전교생의 30% 이상일 정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기유학에 따른 부담과 막대한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차라리 국내에 영어로 수업하는 국제학교를 늘리고, 내국인들도 제한 없이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에 내국인이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가 많이 생기면 해외에 나가는 조기유학 수요를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조기유학에 대한 일정한 수요가 있고 그것을 막을 수 없다면 그 서비스를 값싸게 공급해야 고소득층 자녀들만 영어에 접하는 ‘잉글리시 디바이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영어강사 이근철 씨(KBS 굿모닝팝스 진행자)는 “발음이 좋다는 것은 영어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책을 많이 읽고 논리적 사고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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