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 씨(28·여)는 지난해 서울 강남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고 가서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영어로 교사나 친구의 흉을 볼 정도로 능숙했던 것. 대부분은 영어권 국가로 조기유학을 다녀온 아이였다. 김 씨는 “아이들 사이에서 영어를 못하면 무시당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초중고교 조기유학생은 2002학년도에 처음 1만 명을 돌파한 이후 계속 증가해 이제는 한 해 2만7000여 명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조기유학에는 학생 1인당 연간 학비와 생활비를 합해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이상이 든다.
말레이시아 홍콩 태국 등 일부 동남아 국가의 국제학교는 학비가 영미권의 절반 수준이라 이를 무기로 한국 조기유학생을 유치하기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로 가는 조기유학생은 19.5%로 미국(32.1%)에 이어 두 번째다. 필리핀의 한 유명 국제학교는 한국 학생 비율이 전교생의 30% 이상일 정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기유학에 따른 부담과 막대한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차라리 국내에 영어로 수업하는 국제학교를 늘리고, 내국인들도 제한 없이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에 내국인이 다닐 수 있는 국제학교가 많이 생기면 해외에 나가는 조기유학 수요를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조기유학에 대한 일정한 수요가 있고 그것을 막을 수 없다면 그 서비스를 값싸게 공급해야 고소득층 자녀들만 영어에 접하는 ‘잉글리시 디바이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영어강사 이근철 씨(KBS 굿모닝팝스 진행자)는 “발음이 좋다는 것은 영어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책을 많이 읽고 논리적 사고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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