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너무 잘해서 실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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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서 무슨 일이…

가채점 결과 中이어 2위
4명 풀이법 같아 ‘부정’ 판정

한국단장 “근거 부족” 변론
갑작스러운 호성적 의심산 듯

2∼14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51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이 실격 처리돼 그 경위가 관심을 끌고 있다. IMO에서 참가팀이 실격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15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 등에 따르면 북한은 참가단장인 함용철 김일성 종합대 교수가 대표 학생들에게 부정한 방법으로 정답을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아 ‘부정행위’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각국에서 6명씩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북한 참가자 가운데 4명이 총 6개 문제 중 난이도가 가장 높은 3번 문제를 모범답안과 동일한 ‘레마(lemma·보조정리)’를 이용해 풀었다. 하지만 8일 시험이 끝난 뒤 IMO 자문위원회(AB) 의장인 요제프 펠리칸 헝가리 단장은 북한 대표들에 대해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했고 이 문제는 98개국 단장으로 이뤄진 회의에서 표결로 이어졌다.

표결에 앞서 북한 단장인 함 교수는 “이미 우리 학생들이 사전에 풀어봤던 문제”라며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한국 대표단 단장 송용진 인하대 교수도 표결에 앞서 20여 분간 외국 단장들에게 북한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송 교수는 “같은 레마를 이용해 문제를 푼 4명의 학생 외에 나머지 2명의 학생 중 한 명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냈다”며 “북한은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휴대전화 등 통신수단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남과 북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표결 결과 북한은 실격으로 처리됐다. 송 교수는 “1990년 대회에 처음 출전한 북한은 1991년 부정행위를 저질러 실격된 적이 있고 1992년부터 대회에 불참하다가 2007년부터 갑자기 대회에 나와 우수한 성적을 거두자 다른 참가국들이 의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7년 대회 참가를 재개한 이후 매년 성적이 상승해 2009년에는 5위를 기록했다. 송 교수는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가채점 결과 중국(1위·합계 197점)에 이어 179점으로 2위였다”고 전했다. 한국 대표단으로 참가했던 민족사관고 2학년 김범수 군은 “현지에서 만난 북한 학생들은 실력도 굉장히 뛰어났고 착해 보였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저질러 실격됐다는 일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은 평양제1고등중학교 출신 16∼19세의 수학 영재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참가 자격(만 20세 미만·대학생은 참가 불가) 때문에 고교 졸업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특수반’에 배치돼 IMO를 집중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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