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세종시 수조원 투자 ‘없던 일’ 될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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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세종시 MOU 효력 자동소멸
수정 상관없이 간다던 KAIST
“원안만으로는 입주 어렵다”

세종시 수정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세종시 투자를 계획했던 삼성, 한화, 롯데, 웅진그룹은 투자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용지 저가 공급, 세제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전제로 정부와 맺었던 세종시 투자 양해각서(MOU)도 효력이 자동 소멸됐다. 서울대와 KAIST 등 대학들도 세종시 캠퍼스 조성 계획을 철회했다.

삼성그룹이 165만2900m²(약 50만 평) 용지에 2조500억 원을 투자해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의 전략 기지를 건설하려 했던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세종시 원안은 기업 전체에 할당된 용지가 24만 평에 불과하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도 미미해 현실적으로 입주가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 대체 용지를 찾기가 쉽지 않아 계열사별로 기존 공장의 여유 용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우주 분야의 연구센터가 될 국방미래기술연구소 건설 등을 준비 중이던 한화그룹도 모든 세종시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화 측은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정부와의 투자 양해각서는 효력이 자동 소멸됐다”며 “대안 용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자치단체장들이 최근 취임해 실무 논의를 본격화하기도 어려운 시점”이라고 밝혔다. 90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세웠던 웅진도 “대전과 공주에 공장 본사가 있어 세종시가 최적의 입지였지만 수정안 폐기로 다른 곳을 알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식품과학연구소를 세우기로 했던 롯데그룹은 수정안을 토대로 마련한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세종시에 준하는 입주 조건을 제시하는 지자체들을 물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의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 건설을 전제로 각종 건설 사업에 참여한 10여 개 건설사들 역시 속병을 앓고 있다.

세종시가 원안으로 개발되더라도 캠퍼스를 만들겠다던 KAIST는 이날 “세종시 수정안의 부결로 사실상 입주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임용택 KAIST 대외협력처장은 “세종시 캠퍼스를 세우려면 건축 및 설비비 등 3000억 원은 정부에서 지원받아야 한다”며 “이런 지원책이 포함된 수정안의 폐기로 캠퍼스 조성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지원책이 끊겨 세종시 입주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주종남 서울대 기획처장은 “세종시 원안에는 캠퍼스 설립을 지원할 예산이 없고, 서울대 자체 예산으로는 세종캠퍼스 설립이 실현 불가능하다”며 “세종시 수정안에 있던 과학기술 비즈니스벨트가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서울대가 연구기관 등을 세종시에 설립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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