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남한산성, 사람냄새 나는 유적타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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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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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광주 ‘산성리마을’ 정비 새방안 제시

주민 퇴출대신 주거지 개조
한옥촌 조성 식당간판 통일
진정한 성곽도시 부활 박차
2014 년 세계문화유산 추진

경기도가 남한산성 행궁 복원과 함께 산성리마을을 역사성을 갖춘 문화마을로 탈바꿈시키는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의 모습. 사진 제공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경기도가 남한산성 행궁 복원과 함께 산성리마을을 역사성을 갖춘 문화마을로 탈바꿈시키는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의 모습. 사진 제공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 서울의 코앞에 이른바 ‘요새도시’가 있다. 바로 남한산성이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조선 인조가 47일간 피란 생활을 했던 ‘성곽도시’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남한산성은 그저 수도권의 갈 만한 등산코스 중 하나로 인식돼 왔다. 또 닭죽과 막걸리 등 전통음식점이 모여 있어 한번 들렀다 가는 관광지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한산성 내에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 있다. 행정구역으로 경기 광주시 중부면에 자리한 ‘산성리마을’이 그곳이다. 인구는 150여 가구 400여 명에 불과하지만 금융기관, 학교, 파출소 등 있을 만한 것은 모두 있다.

○ 전통 갖춘 문화마을로 재탄생

비록 지금은 산성 속 작은 마을이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1000가구 4000여 명의 주민이 살던 곳이었다. 120여 개에 이르는 우물과 샘에서 사계절 내내 맑은 물이 나고 평균 500m의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단 한 번도 적에게 땅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가옥과 종교시설이 불에 타고 대다수 주민들이 쫓겨났다. 결국 남은 주민들은 닭죽 같은 토속음식을 만들어 팔며 마을을 지켰다. 그나마 남은 주민들도 2000년 행궁 등 문화재 복원이 시작되자 다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경기도는 주민들을 몰아내는 기존의 유적지 정비방식 대신 함께 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문을 연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남한산성사업단)은 모든 정책을 주민들과 협의해 추진 중이다. 우선 80여 곳 식당마다 제각각이었던 간판과 표지판을 남한산성 이미지로 깔끔하게 통일시켰다. 낡은 건물은 전통한옥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말에는 컨테이너로 만든 ‘솔바람책방’이 들어서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주민들이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써서 만든 마을신문 ‘남한산성애(愛)’도 계절마다 선보인다. 달라진 남한산성을 알리기 위한 역사문화아카데미와 주말답사프로그램, 숲속음악회 등은 이미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영환 남한산성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이곳에 사는 주민들조차 남한산성의 진가를 제대로 몰랐다”며 “주민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정비가 이뤄져야 진정한 산성도시로 복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 유네스코 홈피에 잠정목록 등재

도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남한산성을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망은 밝다. 이미 올해 1월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잠정목록으로 등재됐기 때문이다. 또 올 하반기(7∼12월)에는 154칸에 이르는 하궐(임금이 정사를 보던 곳)이 준공된다. 하궐이 완공되면 2002년 상궐(임금이 거처하던 곳), 2004년 좌전(종묘를 모신 곳) 등 남한산성 행궁의 대부분이 복원된다. 이어 1년간 준비작업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는 정식 개장할 예정이다.

권신 남한산성사업단 기획사업팀장은 “보통 잠정목록에 실린 뒤 정식 등재가 이뤄지기까지 5, 6년 정도 걸린다”며 “서두르지 않고 관련 시설의 복원 및 정비를 모두 마친 뒤 정식 등재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산성사업단은 잠정적으로 2013년 1월 신청해 이듬해 정식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2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논의하기 위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산성도시 남한산성의 가치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특히 남한산성을 관광용 유적지가 아니라 거주 기능을 강화해 역사도시로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려면 유적 못지않게 역사도시 전체로서의 보존 여부가 중요하다”며 “식당 같은 관광용 시설뿐 아니라 역사적인 산성도시에 적합한 새로운 주거형식 등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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