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발표 못믿겠다니 대체 어느나라 국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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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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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끝일줄 알았는데 이어진 비극에 억장 무너져‘제2연평해전에서 전사’로 묘비 바꿔준다더니 소식없어제2연평해전 8년… 올해도 석탄일에 모인 유족들

제2연평해전 전사자인 조천형 중사의 아버지 조상근 씨(왼쪽)와 황도현 중사의 어머니 박공순 씨가 21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안보공원 내 전적비에 새겨진 아들들의 부조상을 정성껏 닦고 있다. 평택=원대연 기자
제2연평해전 전사자인 조천형 중사의 아버지 조상근 씨(왼쪽)와 황도현 중사의 어머니 박공순 씨가 21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 안보공원 내 전적비에 새겨진 아들들의 부조상을 정성껏 닦고 있다. 평택=원대연 기자
“그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이에요? 달나라에서 사나, 말이 안 통하니 외계인들이지 외계인….”

예비역 해군 대위인 윤두호 씨(68)가 20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앞 해군 콘도에서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윤 씨의 아들 윤영하 소령은 제2함대 고속정 참수리 357호 정장으로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북한 경비정의 총격을 받고 전사했다.

20일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은 북한 어뢰에 맞았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증거를 내보였지만 일각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좌초설’ ‘조작설’ 등을 제기하고 정부를 믿지 않는 데 대해 윤 씨는 “외계인하고는 대화가 안 통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날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족들은 다음 날인 21일 아들들의 위패가 봉안된 해군 제2함대사 내 해웅사에서 열리는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윤 씨 외에 윤 소령의 어머니 황덕희 씨(64), 서후원 중사의 부모인 서영석 씨(57)와 김정숙 씨(54), 조천형 중사의 부모인 조상근 씨(70)와 임헌순 씨(64), 한상국 중사의 아버지 한진복 씨(64), 황도현 중사의 부모인 황은태 씨(63)와 박공순 씨(58) 등 9명이다. 유족들은 부처님 오신 날, 현충일, 제2연평해전일(6월 29일), 경조사 등 1년에 10차례가량 만나왔다.

“국가보훈처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야. 젊어 죽어 대부분 후손도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들들이 어디서 어떻게 전사했는지 누가 기억하겠어요.”

서영석 씨가 탄식했다. 그동안 홀대받아 온 제2연평해전은 현 정부 들어 추모식이 정부 주관 행사로 격상되기는 했지만 예우가 부족하기는 매한가지다. 유족들은 ‘연평도 근해에서 전사’로 돼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묘비문에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라고 정확히 명시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2008년 국가보훈처가 묘비문을 바꿔주겠다고 해 유족들이 문안까지 보냈지만 아직도 답이 없다. 유족들은 “현충원에 흩어져 있는 연평해전 전사자들의 묘를 천안함 용사들처럼 묘역 한 곳에 모으고 제2연평해전을 기리는 비석을 따로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투 중 숨진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은 2002년 당시 ‘공무상 사망’으로 분류됐다. 보상금도 각각 3150만(병장)∼6700만 원(소령)에 불과했다. 이를 계기로 2004년 군인연금법이 개정됐지만 막상 제2연평해전 당사자들에게는 ‘소급 적용 불가’라며 재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간신히 아픔을 달래던 유족들에게 다시 한 번 충격을 안겼다. 황도현 중사의 어머니 박공순 씨는 “우리 아이들로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또 비극이 벌어져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21일 해웅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희생자인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 이인옥 씨(48)가 참석해 헌화하자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 씨는 “아픔을 견디라”며 이 씨를 위로했다.

평택=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동영상 = 北어뢰 파편 공개…천안함 침몰 결정적 증거

▲ 동영상 = 처참한 천안함 절단면…北 중어뢰 공격으로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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