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방역… 축산연구소마저 구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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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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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김포-충주와 같은 O형… 전파경로 못찾아
주변 5850마리 매몰 처분… 4개 광역시도로 확산


겁에 질린 눈망울 2일 충남 청양군 충남축산기술연구소 인근 마을에서 사육되던 소와 송아지가 도살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청양=김재명 기자
겁에 질린 눈망울 2일 충남 청양군 충남축산기술연구소 인근 마을에서 사육되던 소와 송아지가 도살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청양=김재명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연구소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충남 청양군 정산면 학암리 축산기술연구소에서 키우던 돼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1일 밝혔다. 지자체 운영 연구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지난달 8일 인천 강화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경기 김포, 충북 충주를 거쳐 충남 청양까지 모두 10곳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청양군을 중심으로 홍성군과 서산시 등은 국내 축산의 근간이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 도 운영 연구소까지…

충남 청양의 축산기술연구소는 우량 종축(種畜) 생산과 품종 개량을 도맡아 하는 충남도 축산업 연구개발의 산실이다. 이 연구소에서 사육하던 가축은 돼지 1223마리와 한우 303마리, 칡소 14마리 등으로 대부분 씨소나 씨돼지다.

연구소는 혈통이 우수한 씨소나 씨돼지가 낳은 새끼를 도내 축산농가에 분양해왔는데 당분간 우수 혈통 분양을 중단하게 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단 다른 도의 연구소를 통해 분양받는 방법이 있지만 이들은 해당 지역을 우선하고 있어 (중단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식품부와 충남도는 연구소가 정상 가동되려면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연구소에서 사육하는 가축 1540마리와 주변 500m 이내 8농가의 가축 298마리, 연구소로부터 종돈을 분양받은 서산의 돼지농장 3959마리 등 모두 5850마리를 매몰 처분키로 했다. 특히 연구소에서 키우던 희귀종 한우인 칡소 14마리도 희생됐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도살 처분된 우제류는 총 4만9090마리로 늘어났다.

○ 사상 최악의 구제역 되나


농식품부는 연구소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혈청형이 강화, 김포, 충주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O형’으로 판명됐다고 밝혔지만 바이러스가 전파된 경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창범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지난달 4일 강화의 발생 농장에서 돼지를 공판장에 출하했고, 열흘 뒤 연구소도 같은 공판장에 돼지를 출하했다”면서도 “이것이 확실한 감염원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살 처분 대상이 증가하면서 지난달 말까지 530억 원에 이른 보상금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02년(531억 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확산 범위도 4개 광역시도에 이르러 종전에 가장 컸던 2000년(3개 도)보다도 넓다. 여기에 판매가 중단된 소, 돼지를 정부가 대신 사들이는 가축 수매 비용도 구제역이 장기화되면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잇달아 접수된 경기 포천과 연천, 충북 단양, 충남 예산의 구제역 의심 신고 4건은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단순히 하루, 이틀 확산이 없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다”며 “이달 말까지는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양=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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