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한방진료실… 800석 공연장… ‘호화 논란’ 용산구 신청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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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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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부서층엔 장애인화장실도 없어
햇빛 쏟아지는 창가 자리, 블라인드 친채 실내등 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자리 잡은 용산구청 새 청사 2층 로비. 20일 둘러본 새 청사 내부는 훌륭한 시설이지만 장애인화장실 시설이 미흡하거나 민원상담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등 구민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자리 잡은 용산구청 새 청사 2층 로비. 20일 둘러본 새 청사 내부는 훌륭한 시설이지만 장애인화장실 시설이 미흡하거나 민원상담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등 구민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재명 기자

주변 건물을 압도하는 엄청난 크기, 피라미드를 거꾸로 세운 듯한 독특한 형태, 번쩍이는 통유리 외벽. ‘호화 청사’ 논란에 휩싸인 서울 용산구 신청사의 ‘외관’이다. 구청은 “구민을 위한 시설이 많아 규모가 커졌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20일 오후 3시경 찾아간 새 청사 내부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았다.

○ 잘 활용한 공간… 민원인 배려 부족

지상 10층부터 지하 2층까지 꼼꼼히 둘러본 결과 실내 공간은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기하학적 형태 때문에 건물 양 끝에 생긴 ‘ㄴ’자 모양 공간은 자료보관실로 사용하거나 직원휴게실로 꾸며 활용도를 높였다.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 사이 등 공간이 넓지 않아 사무실로 쓰기 어려운 공간은 ‘직원회의실’이나 ‘민원상담실’로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하 1층 보건소는 일류 종합병원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시설이 좋았다. 각 진료실은 개별 방으로 나뉘어 있었다. 다른 구 보건소에서 보기 힘든 한방진료실도 갖췄다. 약 800석 규모의 공연장도 대형 공연예술시설과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이 시설들을 구민이 즉시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민원상담실은 구청 개장 10여 일이 지나도록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문도 잠겨 있었다. 바로 옆에 마련된 직원회의실에 책상과 의자가 마련돼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된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장애인 시설이 부족한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보건소에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 구분이 없는 공용 화장실이 설치됐다. ‘장애인계’가 있는 5층엔 아예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는 불만도 장애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 쏟아지는 햇빛… 실내등은 ‘ON’

구청 직원들의 근무 습관은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 새 청사는 외벽을 통유리로 장식한 데다 건물이 남쪽을 향하고 있어 한낮에는 햇빛이 건물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구조다. 이날도 날씨가 맑아 대부분의 직원이 근무하는 지상 2∼9층에는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8개 층 중 천장 조명을 필요한 곳만 켜 놓은 곳은 2개 층에 불과했다. 나머지 6개 층 천장엔 모든 조명이 켜져 있었다. 창가 쪽에 등을 대고 앉은 일부 직원은 블라인드를 쳐 햇빛을 가린 채 조명을 켜고 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은 날씨가 맑아 창가 주변은 실내등을 켜 놓는 것이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밝은 상태였다. 제한적으로 조명을 켜 놓은 나머지 2개 층 직원들 중에서도 실내가 어두워 불편해하거나 개인용 스탠드를 쓰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용산구가 ‘호화 청사’ 논란을 잠재우고 다시 구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의식 변화가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작은 부분부터 구민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구청이 구민들의 귀중한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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