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관광지마다 짓다만 ‘흉물 건축물’

  • Array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도내 31곳… 업체 부도-자금난 등으로 공사 중단
“사유재산이라 별다른 대책 없어” 지자체 골머리

강원도 내 곳곳에 공사가 중단된 대형 건축물들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어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다.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국립공원 입구의 호텔(위), 고성군 토성면의 콘도(아래 왼쪽), 속초시 노학동의 호텔. 사진 제공 고성군, 평창·속초=이인모 기자
강원도 내 곳곳에 공사가 중단된 대형 건축물들이 장기간 방치되고 있어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다.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국립공원 입구의 호텔(위), 고성군 토성면의 콘도(아래 왼쪽), 속초시 노학동의 호텔. 사진 제공 고성군, 평창·속초=이인모 기자
강원도 내 곳곳에 짓다가 만 대형 건축물들이 흉물처럼 방치돼 있어 수려한 자연 경관을 해치고 있다. 5일 강원도에 따르면 업체 부도와 자금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대형 건축물(총면적 5000m² 이상)은 13개 시 군 31개로 총면적을 모두 합치면 56만여 m²(약 16만9400평)에 달한다. 이 수치는 일부 외관 공사가 진행된 것만 집계된 것으로 터파기 등 지반 공사 진행 과정에서 중단된 것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특히 공사 중단 건축물 상당수가 주요 관광지에 위치해 관광명소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

○ 10년 이상 방치된 흉물 수두룩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국립공원 입구에는 총면적 1만585m²(약 3201평)의 5층짜리 철근콘크리트 건물이 공사가 중단된 채 13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한 업체가 호텔을 짓기 위해 1993년 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했지만 자금난으로 1996년 공사가 중단됐다. 도색 이전에 공사가 중단된 탓에 콘크리트 외벽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 이 건물은 2006년 소유주가 바뀌었지만 공사는 재개되지 않은 채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오대산을 가리고 있다.

춘천시의 대표적 관광지인 소양강댐 입구에도 짓다가 만 아파트가 공사 중단 이후 6년째 방치돼 있다. 17층 규모의 2개 동 400여 채로 외관은 형체를 갖추었고 내부 시설 공사만 남았지만 건설업체의 자금난으로 공사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원도의 대표적 콘도 밀집 지역인 고성군 토성면에는 공사 중단된 대형 콘도 건물이 3개나 들어서 있다. 특히 지하 1층, 지상 7층, 총면적 1만7837m²(약 5395평)의 용촌리 콘도는 외관 공사가 마무리된 채 14년여 동안 방치되고 있다. 신평리 콘도 역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42개 동이 짓다가 만 채 14년 넘게 방치돼 있다. 고성군 관계자는 “콘도 건설 붐이 일던 1990년대 초반 착공된 건물들”이라며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소유주와 연결해 주는 등 공사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백 삼척시에 각 4곳, 속초시 홍천군에 각 3곳, 원주 강릉시 등에도 아파트, 관광숙박시설, 연수원, 음식점 건물이 공사 중단 이후 기약 없이 방치되고 있다.

○ “사유재산이라 어쩔 도리가 없어요”

지방자치단체들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이 사유재산이어서 공사 재개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거가 가능하더라도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소유주가 스스로 공사를 재개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자금난과 불투명한 사업성으로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공사를 재개할 경우 안전 진단을 받아야 하고, 부적합 판정 때는 강제 철거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신동호 강원도 건축담당은 “공사 중단 건축물은 오랜 골칫거리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어 답답할 뿐”이라며 “지자체 입장에서는 업체가 맡긴 안전예치금(공사비의 1%)으로 안전 펜스를 설치해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수시로 안전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