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A급 경계태세… 北과 교전위험 감수하며 NLL 향해 자동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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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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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해명자료로 본 ‘속초함 긴박했던 추격전’

사건 전말은
북상물체 NLL 넘을때까지
5분간 76mm 주포 쏟아부어

뒤늦은 공개 왜
“조명탄”→“새떼” 말바꾸다
본보 보도후 격파사격 인정

지난달 26일 오후 9시 32분경.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천안함이 침몰하고 있을 때 1200t급 초계함인 속초함은 천안함 사고 지점에서 남쪽으로 49km 떨어진 곳에서 중국 어선을 감시하는 경비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해군 2함대 사령부는 사고 직후 해상경계 태세를 A급으로 격상시켜 발령했다. A급 해상경계 태세는 대북경계 태세 중에서도 즉시 교전이 가능한 최고의 전투태세다.

2함대 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속초함은 천안함 사고 현장으로 향하지 않고 백령도 서쪽 북방한계선(NLL) 근처까지 전진했다. 2함대는 속초함에 “불순세력에 의한 피습 우려를 고려해 사고 현장에 가지 말고 (천안함을) 공격했던 물체를 탐지하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지시에 따라 백령도 서쪽에서 NLL 경계를 강화하고 있던 속초함의 사격통제레이더에 오후 10시 55분 백령도 북쪽 해역에서 42노트(시속 78km)의 속력으로 NLL 쪽으로 북상하는 물체가 포착됐다.

속초함은 긴박한 상황에서 이 물체를 천안함을 공격한 뒤 숨어 있다가 도주하는 북한 함정일 것으로 판단했다. 속초함은 즉각 2함대 사령부에 “도주하는 물체를 발견했다. 경고사격 없이 바로 격파사격을 하겠다”며 승인을 요청했고 사령부는 이를 승인했다.

사격통제레이더로 고속 표적을 조준한 속초함은 76mm 주포의 사격스위치 모드를 자동사격으로 맞춘 뒤 스위치를 눌렀다. 속초함은 고속 표적을 쫓아가며 이날 오후 11시부터 76mm 주포를 쏘기 시작했다. 고속 표적이 NLL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자 속초함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자칫 NLL을 넘어 주포를 쏘게 되면 북한과 교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더상에 포가 떨어지는 지점을 지켜보고 있다가 고속 표적이 NLL을 넘는 순간 사격 정지 버튼을 눌렀다. 속초함은 5분간 130여 발을 쏟아냈다.

고속 표적을 쫓던 속초함은 NLL에 근접해 있었다. 국방부는 “속초함에서 표적까지의 거리가 9.3km인 점을 감안해 유효사거리가 12km인 76mm 주포로 사격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군 관계자들이 1일 밝힌 속초함 사격의 전말이다. 군 관계자는 이날 “속초함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물체를 발견할 경우 즉시 사격이 가능하도록 모든 장비를 준비한 상태에서 포착된 레이더상의 물체를 북한의 반잠수정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난달 31일까지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군은 오히려 사고 발생 당일인 지난달 26일에는 백령도 주민들이 들었다는 포성을 구조작업을 하기 위해 쏜 조명탄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말을 바꿨다. 속초함 레이더상에 미상(未詳)의 물체가 포착돼 76mm 주포로 경고사격을 했는데 나중에 분석해 보니 ‘새떼’로 추정됐다고 했다.

본보가 1일자로 속초함이 레이더상에 잡힌 물체를 반잠수정으로 판단해 격파사격을 했다고 보도한 뒤 국방부는 1일 ‘천안함 침몰 관련 국방부 입장’이란 해명 자료를 통해 격파사격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국방부는 사격 후 레이더의 포착 상황을 분석한 뒤 이 물체를 새떼로 판단한 이유를 4가지로 설명했다. △레이더에서 표적이 1개에서 2개로 분리됐다가 다시 합쳐지는 현상이 2차례 반복된 점 △물체가 육상의 전탐기지를 0.9km(1000야드) 거리로 근접해 통과할 때 기지에서 접촉이나 소음이 인지되지 않은 점 △표적이 마지막에 사라진 지점이 육지에 해당된다는 점 △광학추적장비(EOTS)로 확인한 결과 표적이 분산된 형태였고 함정 등의 고속 항해 때 발생하는 물결이 식별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새떼일 경우 레이더상에서 항적이 갈라지는 것을 금방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속초함이 5분 동안 주포를 130발이나 집중 타격 사격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천안함을 침몰시켰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된 긴박한 상황에서 새떼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합참은 속초함 발포 이후 북한 항공기가 NLL 북쪽 30km 지점까지 남하한 시간은 27일 0시 33분이었다며 시간과 항공기 위치를 고려할 때 속초함 발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레이더상의 물체는 26일 오후 11시 5분 NLL을 통과해 11시 8분 북한 장산곶 아래 해역에서 사라졌다가 11시 9분 다시 레이더에 잡혔고 11시 11분 장산곶 육지 안에서 사라졌다. 장산곶은 북한 해안포가 있는 지역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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